‘지역분권 발전’ 순기능… 홀로서기엔 아직도 먼길

2016-10-11     지영수 기자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

외환·안보위기 소용돌이 속

지역사회 안정 유지 기여

산단조성 등으로 지역간 격차 줄여

20년간 지방자치경쟁력지수 상승

자치단체장·지방의원 잦은 이탈 속

2000년이후 884명 선거법위반 하차

과도한 업무추진비 혈세 낭비 부추겨

국세·지방세 세입 비율 8대 2

중앙정부 재정의존도 갈수록 심각

● 지방자치란

지방자치제는 ‘일정한 지역을 기초로 하는 지방자치단체가 그 구성원인 지역주민의 직·간접적인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지자체 자신의 권능과 책임아래 자기의 기관과 재원을 토대로 지역의 공동사무를 자치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듬해인 1949년 7월 건국헌법에 의해 최초의 지방자치법이 제정되면서 지방자치제도가 태동했다.

이후 지방자치법은 5차례에 걸쳐 개정을 거듭했고 지방분권과 중앙집권 체제 사이에서 헤매다가 1961년 5.16 군사쿠데타(군사정변)로 폐기됐다. 1960년 선거를 끝으로 지방자치 시계가 멈춘 것이다.

이렇게 끝날 것만 같았던 지방자치는 민주화 바람을 타고 1988년 4월 지방자치법이 전면 개정되면서부터 빛을 보게 된다. 민주화의 정점을 찍은 직선제 개헌 이후 2차례의 개정을 통해 1991년 4월 30년 만에 지방의회가 구성되면서 지방자치는 부활하게 됐다.

● 지역사회 안정 기여

25년째 접어든 지방자치의 가장 큰 성과는 지역사회에 안정을 가져다 준 점이다. 지난 4반세기 동안 한국사회는 국내·외적 변화의 소용돌이 중심에 놓여 있었다. 경제적으로 외환위기는 국민들 모두에게 큰 고통과 시련을 안겨줬다.

북핵문제와 천안함 침몰, 연평도 무력도발 등은 한반도에 안보위기를 초래해 국민들을 불안케 했다. 여·야간 정권교체 과정에서 나타난 대통령 탄핵과 자살 사건 등은 정치적으로 우리사회의 갈등과 대립을 심화시켰다.

이 같은 격변 속에서도 지역사회가 안정을 유지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제회복과 지역복지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지방자치 때문에 가능했다.

국가적인 혼란과 마비를 극복하고 정국의 안정을 도모하는데 지방자치가 적지 않게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점에서 지방자치의 부활로 얻은 성과는 지금까지 소요된 비용을 지불하고도 남을 만큼의 이득이 있는 셈이다.

● 지방자치경쟁력지수 상승

민선 원년인 1995년부터 2015년까지 20년 동안 지방자치경쟁력지수가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공공자치연구원은 최근 전국 226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경영자원과 경영활동, 경영성과 3부문으로 나눠 조사·분석한 ‘한국지방자치경쟁력지수(KLCI)’를 발표했다.

그 결과 민선 원년 전국 232개 기초지자체 KLCI 종합 경쟁력 평균은 1000점 만점에 425.24점이었으나 2015년(226곳)은 528.11점으로 20년간 102.87점 상승했다.

광역 시·도는 모두 상승했으며 지역 간 격차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5년 당시 1위인 울산시(468.10점)와 최하위인 전남도(402.27점) 격차는 65.83점에서 2015년 61.74점으로 줄었다. 2위인 대전시(542,54점)와 전남도의 격차는 35.43점 밖에 되지 않아 울산시를 제외한 15개 시·도가 점차 균형발전을 이루고 있다.

충북도(542.10)와 충남도(541.13점)는 각각 3,4위를 차지했다. 충북도는 5단계, 충남도는 7단계씩 뛰어올랐다.

기초 지자체중 종합 경쟁력 항상 1위는 212.96점이 오른 부산 강서구다. 충남 아산시와 당진시는 군단위 중 5위와 7위를 차지했으며 충북 보은군(2위)과 충남 금산군(7위), 태안군(10위)도 종합경쟁력 상승 상위 10개 기관에 포함돼 우수기관 인증을 받았다.

이는 산업단지 조성을 기반으로 한 지역 인프라 자원 향상, 주민 1인당 지방세 부담 역량 등 재정 여력을 바탕으로 환경안전, 복지확충, 교육문화체육 등 분야에서 골고루 지속적인 성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 인구 유입 효과, 세수 증가, 보조금 확대 등 공무원의 노력, 복지보건 실적 향상 등에서 지수가 잘나왔다.

● 고삐 풀린 지방권력

지방자치 부활 당시 주민의 참여를 근간으로 한 진정한 지자체의 부활을 환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제도를 수행할 수 있는 주민의 역량과 참여의식 등이 성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제도적 선진화·민주화에 역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이 같은 우려는 지방자치제 부활 25년이 지난 현재 현실적 문제점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방권력의 두 꼭짓점인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의 비리와 일탈이 위험 수위를 넘어선지 이미 오래다. 이권이 개입된 ‘검은 거래’에서부터 인사를 대가로 한 뇌물수수까지 그 유형이나 수법도 다양하다.

지방행정이나 지방의정을 수행할 수 있는 자질이나 능력, 도덕성 등이 검증되지 않은 채 학연·지연·혈연 등에 편승한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의 출현을 방관한 탓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2000년 이후 재·보궐선거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까지 884명의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이 중도 하차하는 바람에 재·보궐선거가 치러졌다.

이들이 옷을 벗은 이유는 대부분 사직이나 당선무효 때문이다. 선거법 위반이 확정돼 당선무효가 된 경우가 312명이나 된다. 300명은 사직을 했다. 이들 중 일부는 국회의원 선거 출마 등을 위해 사직한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는 비리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형을 감면받기 위해 중도 사퇴한 경우다.

2010년 선출된 민선 5기의 경우 자치단체장 244명 가운데 10%가 넘는 27명이 실형을 선고받아 자격을 잃었다.

민선 6기도 벌써 반환점을 돌았지만 전국 상당수 지자체와 지방의회가 단체장과 의원의 ‘백화점식’ 비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임각수 괴산군수는 외식업체로부터 1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 5월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또 군비 2000만원을 들여 부인 밭에 석축을 쌓은 혐의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받아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승훈 청주시장은 선거 때 홍보를 대행했던 기획사 대표와의 5억5000만원대 금전 거래가 문제 돼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 2월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이 시장이 2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 시장 측은 개인 채무 또는 ‘에누리 금액’이라고 주장하며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권선택 대전시장은 2014년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사전선거운동을 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1·2심 재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가 지난달 26일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돼 일단 시장직을 유지하게 됐다. 하지만 권 시장은 하급심 재판을 다시 받아야 한다.

정상혁 보은군수는 출판기념회 때 선거운동 등을 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 200만원, 항소심에서 벌금 90만원을 각각 선고받았다. 정 군수는 항소심에서 극적으로 직위상실형은 면했지만 초조함 속에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단체장들이 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절대 권한’ 때문이다. 단체장의 인사권은 공무원을 복종시키는 막강한 수단이다. 공무원들이 승진과 보직의 ‘목줄’을 잡고 있는 단체장의 눈치를 보며 ‘예스 맨’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선거 때마다 공무원 줄서기, 논공행상 논란이 반복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방자치의 쌍두마차인 지방의원들도 예외는 아니다. 단체장을 견제해야 할 지방의회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오히려 추문이나 비리에 연루되는 사례가 더 많다.

지방의회 출범 이후 사법 처리된 지방의원은 민선 1,2기에 각각 78명과 79명이었으나 3기에는 262명, 4기에는 293명, 5기에는 323명에 달하는 등 갈수록 느는 추세다.

한 청주시의원은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취지로 마련한 바자행사에서 거둬들인 수익금 일부를 개인 용도로 사용하다 경찰에 입건됐다.

행정기관의 비리를 감시하고 독주를 견제해야 할 시의원이 장학금 모금을 핑계로 행사를 연 뒤 학생에게 전달할 돈을 ‘꿀꺽’한 셈이다.

경북 울진군의회는 해외출장경비 조작, 금품수수, 자녀 땅 투기 의혹 등으로 전체 의원 8명 가운데 7명이 사법기관 조사를 받거나 도덕성 논란에 휘말렸다.

지역 토호세력의 권력 자치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지방의회 ‘무용론’까지 일고 있다.

지방의회 임기 전·후반 원구성 때마다 단골 메뉴처럼 ‘감투싸움’을 벌이는 모습도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의장이나 부의장, 상임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지방의원 갈등은 소속 정당 내에서 벌어지기도 하지만 정당간의 경쟁 단계까지 얽히고설키면 더욱 복잡 미묘해진다.

폭언과 멱살잡이·폭행, 회의장 점거 등 추태도 서슴지 않는다. 지방의회 무용론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 주민혈세 ‘펑펑’

대부분 지방자치단체는 재정여건이 열악해 중앙정부에 의존해 살림을 꾸려가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곳간은 비었어도 적지 않은 주민 혈세를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연봉, 업무추진비, 의정활동비 등으로 배정한다.

자치단체장은 수천만원~억대 연봉에 더해 매년 수억원의 업무추진비를 받는다. 2015년 한 해 동안 평균 1억1690만원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

전국 광역·기초단체장 245명 가운데 내역을 공개한 203명 중 권선택 대전시장이 3억1719만원으로 가장 많이 썼다. 각종 간담회나 행사에 1억500만원으로 가장 많은 비용을 들였다. 군부대·소방서·경찰서 등 현장 근무자와 소속 상근직에 대한 격려금으로 1억700만원을 썼고 대전시 내방객에게 제공하는 다과나 음료 구입비로도 6000만원 이상을 썼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2억4415만원(10위), 안희정 충남지사는 2억1331만원(14위), 이승훈 청주시장은 1억9004만원(25위) 등으로 3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상위 30명은 업무추진을 위한 간담회·행사에 쓴 비중이 34.1%로 가장 높다. 부상을 당하거나 사망자 유족, 퇴직자 등 소속 상근직에게 주는 격려금 비중이 23.9%, 시책 또는 지역홍보 16.2%, 업무협조를 위한 기념품 및 식사제공 7.6% 순이다.

지자체장 본인과 배우자, 직계존비속의 결혼 또는 사망 시 지급하는 축·부의금품 비용이 평균 489만원으로 1.6% 비중을 차지했다. 이재민 및 불우소외계층에 대한 격려·지원에 쓴 비용 비중은 1.4%로 가장 낮았다.

지방의원의 연봉은 경기도의회가 6321만원으로 가장 많고 다른 광역의회도 대부분 6000만원에 육박한다.

의원연봉 가운데 의정활동비는 1800만원으로 같지만 월정수당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지방의회는 월정수당 인상을 추진하다 시민단체와 갈등을 빚기도 한다.

광역의회의 업무추진비는 의장 5000여만원, 부의장 2500여만원, 상임위원장 1500여만원이다. 이렇게 쓰이는 전국 지방의회의 업무추진비는 연간 4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의원들의 업무추진비는 사실상 ‘쌈짓돈’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업무추진비를 사용하다 물의를 빚는 등 부도덕한 업무추진비 사용 때문에 구설에 오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방의회에 들어가는 ‘혈세’는 이뿐 아니다. 매년 해외연수비가 지급되고 해외출장 등을 갈 때 오가는 항공료, 체재비가 지원된다. 광역의회마다 1년 운영예산이 자그마치 100억원대에 달한다. 전국 시·도 가운데 규모가 작은 충북도의회만 하더라도 운영예산이 98억7000만원이다.

● 갈길 먼 지방자치

지방자치가 6차례의 선거를 치르는 동안 주민생활 개선과 제도발전은 이뤘지만 아직은 홀로서기가 가능한 성년으로 인식 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주민 간 소득 격차가 커지고 지역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단체장을 바꿔봐야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는 주민의 실망감은 더욱 커졌다.

지방행정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4명 이상은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에 만족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공무원과 자치단체장에 만족한다는 국민은 각각 32.2%와 31.0%에 머물렀다. 특히 지방의원들에 대해선 ‘불만족’이 47.7%에 달했다. ‘만족한다’는 응답은 23.5%에 불과해 지방의회에 대한 불신이 강하다.

주민의 실망감을 드러내듯 지방선거 투표율은 지방자치 시행 첫해에 68%에서 2002년 48%까지 떨어졌고 이후 계속 50%대에 머물고 있다.

지역 간 소득 불균형과 중앙정부에 대한 재정 의존도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세입면에서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8대 2에 머물러 중앙에 대한 재정 의존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실제 지방재정자립도는 1995년 전국 평균 63.5%에서 지난해 50.6%로 낮아졌다. 재정의 중앙정부 의존 심화로 인해 지방정부의 책임성과 자율성이 부족하다는 한계도 드러났다.

● 새로운 도전 필요한 시점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의 비리는 별다른 견제를 받지 않는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자치단체장이 인사권, 예산 편성권, 인·허가권 등 막강한 권력을 틀어쥐고 있어 비리가 횡행하는 데도 이를 견제할 지방의회마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돈 쓰는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는 정치 현실도 각종 비리와 부정을 부채질한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주민소환제 기준 완화, 공모제 인사 확대, 사회적 감시체계 강화 등이 필요하다.

대부분 정당 공천이라는 1차 관문을 통과해 선출되는 단체장과 지방의원의 범죄에 대해 소속 정당에 책임을 지게 하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개인의 자질과 도덕성 문제도 크지만 정당공천제 등 정치권의 지방자치 개입도 부정부패를 초래하는 큰 요인이다. 중앙집권적 정치행정으로부터 독립한다는 것이 지방자치의 본질인데 중앙정치권이 지방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의 공천권을 갖는다는 자체가 모순이며 병폐다.

따라서 정당공천제를 폐지, 지방자치를 중앙정치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

이제 성년으로 자란 한국의 지방자치는 미래, 소통, 협력을 중심으로 한 정책쇄신으로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시점에 서 있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공동회장단은 지난달 21일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심대평 위원장과 간담회를 갖고 지방자치발전의 주요 현안을 논의 했다.

이들은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선 중앙과 지방의 소통·협력이 강화돼야 한다”며 중앙정부가 지방에 행·재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정책 결정 및 입법 등에 지방의견을 수렴해 반영하는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중앙 권한 및 사무의 일괄 지방이양을 위한 ‘지방일괄이양법’ 제정, 지방재정 확충, 자치경찰제 도입, 자치입법권 및 자치조직권 확대 등의 적극적 추진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