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시험대 위에 오른 충청권 리더십<경철수>

경철수(정치경제부장)

2016-10-23     동양일보

민선 6기 후반기 들어 이시종 충북지사의 충청권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 지사는 2013년 5월 충청권 인구가 처음으로 호남을 앞지르면서 지역구도가 영·호남 양극체제에서 영남과 충청, 그리고 호남의 삼극체제로 전환되고 있음을 뜻하는 ‘영충호’ 시대란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영충호란 충북이 영남과 호남, 나아가 국민의 융합과 화합을 이끌어 나가는 도정이 되자는 ‘충화영호’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충청권의 공조 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할 이 같은 영충호 시대의 리더십이 최근 지역 간 이해관계에 내몰리면서 시험대 위에 올랐다.
충청권 상생발전을 위한 공조의 산물인 KTX오송역의 위상을 크게 위협하는 KTX세종역 신설을 자당 소속의 이춘희 세종시장과 이해찬 국회의원이 공약으로 내걸고 추진하고 있다.
이 지사는 세종시 정치권이 ‘한국철도시설공단과 타당성 조사’란 실무추진을 하고 나서야 뒤늦게 ‘저지 및 대응논리 개발’에 나서는 조금은 안일한 행보를 보였다. 이런 지적을 받는 데는 세종시의 대표주자인 이 의원과 이 시장이 KTX세종역 신설을 공약으로 내건 것은 하루 이틀 사이가 아닌 이미 2014년 6.4지방선거 당시부터 예견됐던 일이기 때문이다.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이 지사는 지난 17일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인 정진석(충남 공주) 의원을 찾아 세종역 신설의 부당함을 알리는 공조를 이끌어 냈다.
지난 22일 충북을 방문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도 세종역 신설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제1야당의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 민주당 의원은 앞서 충북을 방문한 자리에서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는 데 그쳤다.
이에 이 지사의 갈 길이 멀다. 아직 자당 소속의 안희정 충남지사나 권선택 대전시장은 이렇다 할 입장표명을 내 놓고 있지 않다. 더욱이 대전은 세종시와 더불어 국립철도박물관 유치를 놓고 충북도와 경합을 벌이고 있다.
KTX세종역 설치를 반대하는 이 지사는 최근 도종환(청주 흥덕) 의원과 함께 세종시 이 시장과 이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주말 4자 회동을 제안했다가 사실상 거절당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2013오송화장품뷰티세계박람회’의 성공 개최 이후 ‘청주무예마스터십이라 쓰고 무예올림픽이라 읽자’며 야심차게 추진했던 국제행사가 외국인 선수 이탈과 동네잔치란 오명을 뒤집어쓰며 오점을 남기기 시작했다.
여기에 오송 임상시험연구소(전통의학공동연구소) 건립을 위한 이란 투자단의 투자가 더디게 진행되는데다 ‘충북의 미래 100년 먹거리 산업’이라 불렸던 경자구역 청주에어로폴리스지구 내 MRO(항공정비)산업단지 조성 사업마저 선도기업이었던 KAI(한국항공우주산업)와 아시아나항공의 잇단 사업포기로 관련 산업 추진계획의 변경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한마디로 민선 6기 후반기 임기 들어 승부사 이 지사에게 잇단 악재가 터지면서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이 지사는 앞서 치러진 각종 선거에서 7전 전승하며 선거의 달인으로 불려왔다. 이 지사는 어릴 적 가난을 이겨내고 서울대 정치학과에 입학한 후 행정고시에 합격,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정계 입문한 뒤 치러진 일곱 번의 선거에서 모두 승리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이 지사가 선거에 처음 나선 것은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1995년, 충북도 기획관리실장, 내무부(현 행정자치부) 지방자치기획단장을 거친 그는 충주시장에 도전해 당선된 뒤 내리 3선 연임에 성공했다.
2004년 17대 총선 때 국회로 진출한 그는 4년 뒤 치러진 총선에서 재선 고지를 밟았다. 이 지사는 2010년 돌연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충북지사에 도전했다. 당시 현직이었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정우택 후보와 대결, 역전드라마를 연출하며 당선됐다.
인지도가 낮아 절대적 열세였던 초반 판세를 뒤집고 승리를 거머쥔 것이다. 이때부터 그는 ‘선거의 달인’이란 별명을 얻었다. 충북도민들이 그의 손을 들어준 것은 ‘정치 때’가 묻지 않은 깨끗한 이미지와 워커홀릭(일중독자)으로 불릴 만큼 열정적인 행정스타일 때문이었다.
실제 지난 22년간 정치인의 길을 걸으면서도 ‘정치자금’과 관련 단 한 번도 입방아에 오르내린 적이 없을 정도다. 정파를 떠나 “일은 열심히 잘 한다”는 게 도 안팎의 평가이다. 이런 그가 지역 현안과 관련, 최근 잇따라 불거진 악재들을 어떻게 해결할지 막판 승부사의 기질을 다시 한 번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