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문관 詩門關/정진명

2016-12-19     동양일보

뚫어야 할 것이 어디

하수구 뿐이며

풀어야 할 것이 어디 화두 뿐이랴?

 

열지 않으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 문이

날마다 은산철벽 같아

 

무문無門처럼 닫힌

문 앞에서 서성거리다

꽃가지 하나 집어 올린다.

 

발소리에 먼저 잠기는 빗장을

꽃가지로 바꾸면

어떤 도깨비가 나타날 것인지

 

날마다 막아서는 문 앞에

이 생이 던져놓은

꽃가지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