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시 / 뱀장어

함기석

2017-06-15     동양일보

잠자는 검劍이다
이렇게 쓰면 깨어나 꿈틀거리는 검劍

칼날에 벤 연꽃들이
붉은 꽃다발 부케를 던지고 있다

햇빛은 나사못처럼 회전하여 수면을 뚫고
1/2씩, 1/4씩, 1/8씩 증발하는

정오의 논코입귀
물풀 사이로 새빨간 금붕어가 헤엄친다 거짓말이다

물뱀 둘이 교미하며 껍질을 벗고 있다
어제와 오늘처럼

죽은 검劍이다
이렇게 쓰면 살아나 내 목을 치는 검劍

△ 시집 ‘힐베르트 고양이 제로’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