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시 / 꽃다리

이현암 시인

2017-07-25     동양일보

우리가 만난 것은

황사 이는 유년의 언덕

언제나 혼자였다

오래도록 거기 서서

돌아서 가는

사람들의 무거운 발걸음만

가슴 가득 새기고 있다.

눈물 한 방울

향나무로 자라나고

또는 종아리를 감아도는

흙탕물의 어리광

가시 여린 장미로 피어나고

남들은 하염없이 달려가는데

때아닌 적단풍 한 잎 손 흔들고

우리는 언제나

엎디어 혼자 만나야 한다.

아아 그 자리에 엎디어

오도가도 못하고 꽃피우고 잎 피우고

눈물마저 흘리며

 

△시집 ‘가을사랑’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