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시-덤<안미현> 안미현 2017-11-08 동양일보 덤으로 한 해가 왔네. 베란다 창틈에 낀 묵은 먼지를 닦는데 등을 요람 삼아 흔들리는 따뜻한 햇빛 한 장 분명 육심수 순면원단의 깃털이었네. 서너 시간 햇빛 샤워를 하며 정작 씻어낸 것은 창틀이 아니었네. 창틈에 낀 나방이며 그들의 부화하지 못한 씨앗들이 살림을 차리고 장렬히 한 생을 접은 축제의 뒷뜰. 깍아지른 벼랑은 이 몸만이 아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