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사랑 속에서 발견하는 춤의 감성언어

이찬주 이찬주춤전수관 대표·춤 평론가

2018-05-24     이찬주

(동양일보) 2018년 청주시립무용단(예술감독 박시종) 27회 테마공연으로 안무가 김민우의 작품 ‘줄리엣 그이름 사랑’이 청주예술의 전당 소공연장(5월17일~19일)에 올랐다. 이 작품은 2016년 청주시립무용단의 테마공연에 올린 것을 다듬은 것이다.

무대 왼편 조명 핀(pin)아래 무대 위에 한 남성이 등장한다. 검은 사제복에 하얀 소매 단이 드러난 옷을 입은 한 남성(이정일)은 대각선의 빛을 향해 걸음을 옮기다가 무대 중앙으로 몸을 돌려 앞으로 걸어 나온다. 가는 쇠줄에 달린 포켓시계(Pocket Watch)를 손에 들고 움직인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다. 드디어 빨간 원피스를 입은 군무진이 등장한다. 사제는 군무진과 춤을 추다가 포켓시계를 내밀어 보여준다. 그리고 가면을 쓴 한 여성이 무대로 나온다. 줄리엣, 그녀가 온 것일까?

라벤타나(La Ventana)의 요 소이 마리아(Yo Soy Maria) 음악이 울려 퍼지면서 등장한 9인 여성춤꾼들은 손목을 돌리기도 하며, 모던한 몸짓을 선보이다가 일렬로 사선을 만든다. 그리고 가면을 쓴 로미오가 등장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둘러싸고 모여든 춤꾼들은 그 둘의 가면을 벗긴다. 이후 둘만 남은 로미오는 줄리엣을 향해 손을 내민다.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기도 하고 자신들의 사랑을 2인무에 담아내기도 한다. 로미오는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고 줄리엣의 손등에 키스한다. 드디어 그들의 사랑이 싹텄다.

무대왼편 빨강부채를 든 백작(이찬호)은 객석에 하얀 꽃을 선사한다. 이윽고 오른편의 로미오(박정한)가 등장하자, 서로가 꽃을 주려는 객석의 관객이 엇갈리며 베로나 광장에서 벌어진 몬터규 가와 캐플럿 가의 맹렬한 칼싸움을 떠올리게 한다. 양편으로 나뉜 4인의 남성춤꾼(이찬호·이상봉, 박정한·한우리)은 2조로 무대를 엇갈리며 뛰어올라 교체하기를 반복한다. 내뻗은 팔과 몸짓으로 싸움을 잘 표현했다. 그리고 빨간 빛깔의 드레스를 입고 추는 춤은 죽음 앞의 전개될 깊은 슬픔과 강렬한 사랑을 동시에 표현한 반면 하얀 빛깔의 드레스를 입은 춤은 청춘의 순수한 사랑이 그려내는 비극적 숭고미(崇高美)가 어린 풍경이다.

그 외 발코니는 무대 위 작은 창문으로 16세기의 건축물은 무대 왼편 오르막 무대장치로 단출하면서도 모던함을 잘 만들어냈다. 다만 보는 재미를 불러일으킨 유모와 시종의 춤(윤미라·최윤경·송효산)은 전체적인 주제적 해석과 몸짓이 추상적이다가 온전히 극적 요소만을 삽입시켰다. 자유스러운 춤을 함께 녹여내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줄리엣 그이름 사랑’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는 ‘사랑’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나누는 모습이 무척 아름답다. 그것들은 모두 사랑을 구체화한 인간의 표현일 것이다. 더불어 줄리엣(오진경) 긴 팔의 선의 유려함은 그녀의 장점이며, 선 굵은 에너지 넘치는 움직임을 발휘한 로미오(박정한)로 무대가 꽉 찼다. 한국춤의 세련된 현대화를 보여준 무대로 춤에 에너지가 배어 있고, 한국춤에 서양적 분위기를 담았다.

김민우 안무가는 “현실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묻고 싶다고 했다. 진정성을 가진 참사랑을 안무의도에 심었다”고 밝혔다. 이작품은 그가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차용한 인간의 사랑에 대한 찬가이다. 몸짓으로 빚어낸 인간의 감성을 춤으로 울려 퍼지게 했으며 고통에 드러나는 죽음에 대한 이별의 분출에서 드러나는 환영을 관조하게 하며 막을 내렸다.

끝으로 지역 무용계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젊은 안무가를 양성하고 작품을 레퍼토리화 하는 일은 미룰 수 없는 일이다. 기회를 활용해 새로운 세대를 성장시키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