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향계/ 불신 권하는 사회

신기원 신성대 사회복지과 교수

2018-08-29     신기원

(동양일보) 개인을 평가할 때 ‘믿을 수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는 중요하다. 믿을 수 있느냐의 여부가 대부분 개인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주관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세간의 평가와 일치한다면 객관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 간의 관계 즉, 사회생활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겪은 경험, 아니면 다른 사람을 통해서 들은 사연들이 대체로 우호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으면 그 사회는 믿을만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살벌한 분위기속에서 거짓과 술수가 난무하고 상호간에 긴장을 풀기 어렵다면 그 사회는 믿을 수 없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국민들의 의식과 태도, 그 나라의 문화와 제도, 정책들이 믿을만하고 예측도 가능한데 반해 후진국으로 갈수록 가격변화가 많고 짝퉁이 판을 쳐 믿기 어렵다는 것을 해외여행을 한 사람들의 입소문이나 경험 등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국민들이 ‘사회를 얼마나 믿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것을 신뢰지수라고 한다면 우리나라의 신뢰지수는 선진국수준은 분명 아니다.

음식점이나 술집에서 계산을 하다보면 때때로 과다 계산되어 있는 경우를 발견하기도 하고 처음 물건과 나중 물건이 아무런 설명 없이 다른 경우도 있다.

얼마 전 제자들과 저녁식사 겸 술을 한잔하였다. 고기 맛이 좋아서 기분 좋게 먹고 나오면서 얼마냐고 했더니 팔만칠천원이라고 하였다. 신용카드를 주면서 계산서 좀 뽑아달라고 하였다. 그런데 계산을 다시 하면서 내역을 적은 후 “계산이 잘못되었다.”고 하였다. 단순한 계산착오라고 하기에는 수치가 안 맞는 금액이었다.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돈 버는 이유가 따로 있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이런 경험은 이후 다른 식당에서도 경험하였다. 이유도 가지각색이었다. 술병을 잘못계산해서 그렇다는 변명은 기본이고... 그러나 그 이유가 그렇게 타당해 보이지도 않았고 인정해주고 싶지도 않았다. ‘다시는 이 집에 오지 말아야지!’라는 생각만 들었다.

계산서도 없이 총액만 적어주는 곳도 있었다. “어떻게 해서 이렇게 나왔냐?”고 물었더니 쩨쩨하게 그런 것을 따진다는 투였다. 기분이 찝찝하고 여러 가지로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그곳이 단골이라는 지인의 소개해서 갔는데 주인을 의심하면 소개한 사람을 의심하는 것 같아 공연히 죄스런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어느 대학 교수는 아는 교장선생님에게 꽃게를 선물했는데 그 분이 꽃게가 너무 좋다고 선물용으로 몇 개를 부탁해서, 가게주인에게 추가주문을 하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고 좋은 물건으로 보내달라고 신신당부를 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뒤 그 교장선생님에게서 이런 물건을 보내주면 어떻게 하냐고 항의를 받았다고 한다. 전화를 해보니 가게주인이 자기 집 물건이 부족해서 다른 집 물건을 확인도 하지 않고 자기 물건과 같이 포장하여 보냈는데 거기서 사단이 발생한 것이다.

위와 같은 경험을 가지고 다른 사람과 얘기하다 보니 단골을 만들면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단골집은 손님을 속이지도 않고 외상도 해주고 가격을 깎아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술이 너무 과한 것 같으면 집에 가라고 걱정을 해주지 벗겨먹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단골집을 정하는 이유가 다 다르겠지만 그래도 가장 기본적인 것은 계산을 정직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장사를 잘하고 돈 잘 버는 이유가 ‘잘못된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신용사회건설을 위해서라도 그 가게는 퇴출되어야 마땅하다. 상행위란 기본적으로 상호신뢰를 전제로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거래당사자간에 서로를 믿지 못하면 아니 돈에 눈이 멀어서 상대방을 속이려고만 한다면 정상적인 거래가 이루질 수 없다. 선진국으로 가려면 상인들의 인식개선도 이루어져야 한다. 선진국이란 소비자와 판매자가 긴장을 풀 수 있는 편안한 사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