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향계/ 고랑과 이랑

이동희/ 논설위원 강동대 교수

2018-09-09     이동희

올 여름은 유난히도 푹푹 찌는 날씨로 힘들었다. 적도의 더위 보다 한반도의 더위가 더 더웠다. 유독 기상청의 예보도 빗나가 태풍 예보는 우리에게 허탈감을 주었고 유별나게 더운 날씨는 난리 통 같았다. 더욱이 하늘의 강에서 쏟아지는 가을비는 여름 장마보다 강수량이 많은 폭탄 비를 뿌렸다. 사람이야 환경에 적응하는 하늘아래 최고의 동물이라 하지만 사람이 먹고사는 농작물은 유별나게 더운 날씨로 환경에 적응 못하고 제때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인간은 본디 유목민 생활에서 정착생활을 시작하며 농경생활을 시작했고 농사에 필수적인 것은 물이다. 물을 모아 가뭄에 대비하기 위하여 저수지를 만들었고 필요시 방류하여 농작물에 생명을 주었다. 더불어 밭과 논농사 시 토양의 높낮이를 조절하여 농작물을 재배하였다. 밭농사 시 물의 빠짐과 토양분의 흡수를 위하여 고랑과 이랑을 만들어 농작물을 재배하였다. 토지에서 고랑과 이랑은 어떤 의미일까? 이에 대하여 알아보자!

고랑(Furrow)이란 두둑한 땅과 땅 사이에 길고 좁게 들어간 곳, 밭 따위를 세는 단위이다. 골이라고도 하며 농작물을 재배할 때 경작지의 땅을 돋우어 높낮이를 만들어 종자를 뿌리거나 모종을 심을 때 아래로 움푹 들어간 부분을 지칭한다. 논밭의 두둑과 두둑 사이, 이랑과 이랑 사이의 낮은 곳을 의미한다. 이랑(Ridge and furrow)은 논이나 밭을 갈아 골을 타서 두둑하게 흙을 쌓아 만든 곳, 갈아 놓은 밭의 한 두둑과 한 고랑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즉 농작물 재배 시 일정한 간격으로 길게 선을 긋고 그 선을 중심으로 땅을 돋우어 불쑥 솟아오르게 만든 부위이다. 블록하게 솟은 부분 사이로 움푹 파인 부분이 고랑이고 솟아 오른 부분이 이랑이라 이다. 사래란 잊어져가는 정겨운 이랑의 옛말이다. 사래 긴이라는 것은 이랑이 길다는 것으로 밭이 매우 넓다는 의미이다. 농작물은 지역이나 시기에 따라 이랑에 심기도 하고 고랑에 심기도 한다.

고랑과 이랑은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이다. 이랑이 작물을 키워내는 역할을 한다면 고랑은 이랑의 작물이 잘 자라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다. 비가 오면 흙탕물이든 깨끗한 물이든 빗물을 받아 흘려보내고 이랑에 작물이 자라면 사람은 고랑으로 다니며 농작물을 보살핀다. 이랑이 키워 낸 농작물이 좋은 결실을 맺을 때 고랑은 말없이 빗물을 흘려보내며 토양을 지켜냈다. 어느 곳이 막혀 빗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으면 이랑은 무너지고 만다. 즉 이랑은 씨앗을 품고 고랑은 이랑을 살피러 다니는 길이다. 그러다가 비가 내리면 이랑은 물을 빨아들여 식물을 키우고 고랑은 물을 흘려보낸다. 각자가 본디의 역할을 다해 키워 낸 농작물은 좋은 열매로 가을에 보답한다. 겨울 무렵이며 고랑과 이랑은 높낮이가 비슷해져 있다. 영원히 같은 높이가 될 수 없을 것 같던 모습은 어느새 사라지고 각자의 역할을 다한 후 본디의 평지 모습으로 돌아간다. 배수와 통풍의 역할을 한 고랑이 없다면 씨앗과 열매를 맺는 이랑의 역할도 보장되지 않는다. 제대로 된 농사는 고랑 없이 이랑 없이는 불가능하다. 둘이 화합해야 가을의 결실을 만끽할 수 있다. 현재 상황에 대한 차이는 이듬해 몸 농경지 밭갈이 시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새로운 고랑과 이랑이 생긴다. 우리 조상들의 속담에 고랑도 이랑 될 날 있다, 고랑이 이랑 되고 이랑이 고랑 된다고 하는데 이는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다는 말이다.

우리의 삶도 흐름이 있고 인생도 돌고 돌아 도긴 개긴 인 것이 인생이다. 살다보면 힘들 때도 즐거울 때도 슬플 때도 행복할 때도 있듯이 모진풍파를 견디고 살아보아야 인생의 참맛도 알고 지금의 현실적인 삶이 행복해 보인다. 인생을 살아보아야 고진감래(苦盡甘來)의 참맛을 안다. 고생 뒤의 즐거움의 의미를 아는 것이다. 더불어 인생살이를 이야기 할 때도 비유하는 말로 뱃노래의 가사에도 있듯이 민초들의 삶은 만경창파(萬頃蒼波)에 떠있는 돛단배와 같다고 한다. 여기에서 경(頃)이 이랑으로 만 이랑의 푸른 물결이란 뜻으로, 한없이 넓은 바다를 묘사한다. 인생사는 말로 표현 못할 많은 일들이 있으니 마음 다스리며 세상의 흐름에 몸을 맡기며 순리를 따르는 삶을 살아야 행복하다. 즉 우리 삶도 고랑과 이랑이 함께 있어야 행복하고 즐거운 삶이며 모진풍파의 삶도 즐기며 살아야 행복한 삶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