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를 위한 문화(Ⅸ)

문형은 중원미술가협회장

2020-06-17     동양일보
문형은 중원미술가협회장

[동양일보]문화상품은 문화에서 시작된다.

문화상품으로 성공한 사례 중 어느 것도 세계 시장을 겨냥한 수출용 상품이나 관광객을 위한 것이 없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가 없다.

이들 상품의 디자이너들은 경제 제일주의자가 아니라 오히려 예술적 창조 정신에 자신의 관심을 쏟았다.

그들의 작업에 산업적 생산의 논리가 우선되었다면 대부분 경우 초기 단계에서 비속한 시장제품에 머물렀을 것이다.

상품이 세계적 명품이나 명소가 되기 위해서는 그것을 이용하는 집단의 대내적인 상호작용에서 일차적인 성공을 거둬야 한다.

나아가 인류가 공유할 수 있는 미(美)의식과 보편 가치를 획득하는 경로를 밟는다.

따라서 문화상품은 비록 그 성과가 경제적으로 평가될지라도,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은 문화에 기반을 둬야만 한다.

문화 시대의 문화상품은 ‘Cultural goods’이 아닌 ‘Goods as culture’로 다가서야 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문화상품의 상당 부분이 대중문화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문화의 저급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문화상품이 산업기술이나 전자매체를 이용해 대량생산 및 대량 복제와 동시 감상이라는 대중문화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대중문화가 갖는 비판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면에서 대중문화에 기반을 둔 문화상품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가에 의해 대량생산 되고 그것을 사는 소비자 만족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대중문화 창조의 출발점부터 저급화 소지가 있다.

이러한 문화상품은 고급문화에서 차용돼 고급문화를 저속화시키고, 고급문화를 창조할 수 있는 잠재적 생산자를 유혹하기 때문에, 고급문화의 유능한 재원을 변질시키거나 고갈시킨다.

문화상품은 소비하는 이들에게 피상적인 만족을 주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소비자에게 정서적으로 유해를 줄 수 있다.

끝으로 어떻게 우리의 문화상품을 만들 것인가의 문제에는 장르마다 다양한 접근 방법이 가능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러한 작업들이 한국문화의 특수가치라는 공통의 기반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문화적 이미지 차원에서 볼 때 한국은 막연히 일본적이기도 하고 막연히 중국적이기도 한 혼혈 문화처럼 비추어진다. 한국의 독창성은 일반적으로 인장 받지 못한다”라고 프랑스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이 말했듯이, 제품이든 서비스든 외국에서 우리를 보는 이미지는 정체성이 불명확하고 저급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흔히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앞의 주장을 빌리자면 우리의 것이라고 모든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될 수는 없다.

우선 우리의 것을 찾았다 해도 그것이 범세계적 보편성의 획득에 실패했다면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없다.

한국은 이제 우리의 문화가치를 자원화하여 21세기 미래사회의 기호와 상징을 창조해야 한다.

우리 국민과 세계인에게 ‘질(質)의 삶’을 보장할 문화 시대의 뉴 리더를 준비하면서 ‘우리를 위한 문화’로 가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