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연초제조창 역사, 증강현실로 본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권민호:회색 숨’ 선봬

2020-10-28     김미나
회색 숨
권민호 작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외벽에 권민호 작가의 '회색 숨'이 설치돼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외벽에 설치된 작품에 스마트폰을 대면 증강현실의 '회색 숨'을 만날 수 있다.

[동양일보 김미나 기자]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외벽에 옛 연초제조창을 주제로한 3D 증강현실 작품이 설치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첫 MMCA 청주프로젝트로 ‘권민호:회색 숨(Kwon Minho:Clouded Breath)’을 29일부터 내년 11월 14일까지 청주관에 선보인다.

청주관 특화 사업 MMCA 청주프로젝트는 청주관의 넓은 야외공간을 활용하는 설치 프로젝트로 한국 신·중진 작가를 지원, 육성하고자 기획됐다. ‘회색 숨’의 권민호(41·사진) 작가는 건축 도면에 연필이나 목탄으로 그리고, 디지털 사진을 콜라주해 한국 근현대사의 풍경을 담아내는 작품을 주로 선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 산업화 시기에 관심을 두고, 공장, 기계, 거리의 간판 등의 시대 상징물을 중첩해 치밀하게 그려내는 작가다. 이번 전시는 옛 연초제조창이었던 청주관의 건축 도면 안에 제조창의 역사를 펼쳐 놓았다.

‘회색 숨’은 제조창의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 담배 연기, 삶의 현장에서 열심히 일했던 노동자들의 숨 등 중의적인 의미를 지니며 제조창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1960~1970년대 한국 산업화 시대를 압축적으로 표상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제작된 3점의 ‘회색 숨’을 선보인다.

첫 번째는 미술관 로비에 실크스크린과 영상을 결합한 하나의 평면 작품을 구현했다. 작가는 ‘대량생산’이 가능한 판화라는 제작 방식을 통해 작품의 내용 뿐 아니라 형식도 ‘산업화’라는 주제에 일치시키고자 했다.

두 번째는 미술관 건물 외벽에 작품 일부를 인쇄해 옥외 간판 형식(플렉스)의 1:1 스케일로 설치, 현장감을 더했다.

세 번째는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차별점인 평면 작품을 3D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콘텐츠로 제작해 구현했다는 점이다.

관람객이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모바일 화면을 미술관 외벽에 비추면 작가의 평면 작품에 등장하는 공장 기계, 운송 수단, 청주 시내 간판 등이 시대별로 등장해 산업화 과정을 몰입감 있게 감상할 수 있다.

또 AR 콘텐츠는 관람객이 직접 사진촬영을 해서 소장할 수 있고, 브로슈어의 QR코드를 스캔하면 언제 어디서나 작품 맛보기 영상을 볼 수 있어 코로나19로 인한 휴관 시에도 관람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는 권민호 작가가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신작을 발표하는 프로젝트이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현대미술이 과학 기술의 발전과 함께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시도다.

현오아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은 평면 작품인 실크스크린과 영상, 설치, AR 콘텐츠 등 다양한 매체로 제작된 작품을 통해 공감각적 체험이 가능하다”면서 “도면에 숨겨져 있는 표상을 하나하나 찾아보는 재미와 함께 각자 경험한 과거를 회상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진 연초제조창을 기억하고 그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작가는 “현재의 우리는 한국의 산업화 아래 이뤄진 화려한 결과물 안에서 살고 있다”며 “결과물을 만들어내기까지 그 과정의 풍경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