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홍등가 '밤고개' 화려하게 예술공간 변신
유령:시간이 어긋나있다’展, 궁전원·단비·놀러와·골동품가게 등 빈 술집서 12월 19일까지
[동양일보 김미나 기자]"쉬었다 가요"
한 때 청주의 대표적 홍등가중 하나였던 청주시 내덕동 밤고개 술집이 예술공간으로 화려하게 변신한다.
김윤섭 작가와 서준호 오뉴월 대표는 20일부터 12월 19일까지 밤고개에서 지나는 시민을 유혹했던 술집 궁전원, 단비, 놀러와, 골동품가게 등 4곳에서 ‘유령:시간이 어긋나있다’ 전을 선보인다.
전시는 청주를 기반으로 전국 무대에서 활동하는 김윤섭 작가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청년작가창작지원사업’ 기금을 받아 서준호 대표와 공동 기획해 진행하는 것이다. 전시 공간은 청주시 도시재생사업과와 내덕1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가 지원했다.
전시에 참여한 김윤섭·신용재·한석현 작가와 팀AAA(송성진·이창진·김도영 작가)는 같은 시대에 존재하지만 시간이 어긋나 있는 듯 다르게 흘러가는 공간에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미술전시로 풀어낼 계획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참여 작가들은 수차례 워크숍을 열었고 지난 3일 밤고개 '궁전원'에서 작품 계획을 발표했다.
김윤섭 작가는 술집이었던 ‘놀러와’의 방을 파란색으로 칠했다. 김 작가는 ‘유령의 구조’라는 제목의 이 공간을 통해 마치 유령처럼 느껴지는 실제와 미디어 공간의 간극, 미디어의 환영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늘을 그리는 작가로 잘 알려진 신용재 작가는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그리운 대상에게 모르스 부호 신호를 보내듯 밤고개 건물 옥상에서 이미지로 신호를 보내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작품은 궁전원과 밤고개여성인권센터 옥상 2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2018직지코리아국제페스티벌에서 예술의 전당 광장에 18m 높이의 연리지 나무 작품을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던 한석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밤고개 어귀에 존재했을 법한 당산나무를 ‘골동품 가게’에서 상상으로 재현한다. 한 작가는 청주공항, 오창에서 청주 시내로 들어가는 길목인 밤고개에 마을을 지켜주는 신이 깃든 나무 작품을 제작, 문화예술의 거리로 바뀔 이 곳의 안녕을 기원한다.
팀AAA는 ‘단비’에서 관객의 이미지를 미디어로 비춘다. 이는 마치 유령이 나타나는 것처럼 부정확한 이미지를 만든다. 번개가 치는 듯한 철조망, 고양이의 눈에 비친 세상을 보여주는 영상 작품을 함께 전시한다.
전시가 열리는 밤고개 유흥주점 밀집 지역은 현재 내덕1동 도시재생뉴딜 사업이 진행되는 곳이다. 청주시는 유흥업소 16개소가 있는 지역 건물을 매입해 문화예술의 거리로 조성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서준호 오뉴월 대표는 “밤고개 유흥업소 밀집지역이 매입과 계획수립 과정으로 인해 올해초부터 비어 있어 기피 지역으로 더 쓸쓸하게 느껴졌다”며 “문화예술공간으로 변모되기 전, 먼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자리 바꾸기를 시도하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보이지 않는 곳’ 같던 밤고개 공간들이 청주시와 마을 주민, 예술가들과 함께 어떻게 변화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