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우리가 만들어야 할 기적
장은겸 청주청원보건소 영하보건진료소장
[동양일보]배가 살살 아팠다. 간간히 두통이 생겼다. 갑자기 얼굴에 열이 확 올랐다. 갱년기 증상일까?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체온계를 고막에 넣자마자 삐 하며 39.0도를 찍는다. 갑자기 덜컹 겁이 났다. 코로나에 감염된 거라면 어쩌지? 증상이 나타날 정도면 2주 전부터 나와 만난 사람들을 전부 검사해야 하고, 가족들과 이웃은 어쩌고, 당장 지금 진료소를 폐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후에 올 파장을 생각하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내가 근무하는 곳이 진료소이다 보니 바로 보건소 행정팀에 전화를 하고 문을 닫았다. 열이 나면 병원에서 진료가 불가능한 조치가 시행되고 있어서 보건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격리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밤새 고열과 복통 설사가 이어져 시간이 어찌 갔는지 모르겠다. 해열제를 먹고 얼음주머니를 차고 지쳐 잠시 잤다가 다시 오르는 고열에 다시 깨어나기를 반복하고 아침을 맞았다.
새벽 6시 ‘코로나 검사 음성입니다.’ 상당보건소에서 보내온 메시지를 받았다. 문자를 보자 감사함에 눈물이 흘렀다. 내과의원에서 장염 진단을 받고 약을 받아들었다. 코로나로 인해 바로 치료 받았을 기회를 잃은 덕에 정말 많이 힘이 들었다. 3일이 지나서야 간신히 회복이 돼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기온이 30도를 넘던 어느 주말 선별진료소로 출근해 방호복을 입었다. 집회 참가자들과 자가 격리 해제자들이 주 검사 대상이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로 거리를 유지하고 줄지어 서 있다. 근무 시작한지 5분 지났을 뿐인데 땀이 흘러 눈은 따갑고, 등짝에는 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땀 냄새가 구리구리하다. 마스크 속 입 주변에는 땀방울이 맺혀서 목을 타고 흘러내린다. 숨이 턱에 찬다. 라텍스 장갑을 벗으니 손이 퉁퉁 불어 있고 물이 흘러내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장갑을 수시로 바꾸고 마스크를 교체해가면서 날씨와 코로나와 싸우지 않을 수 없다.
장염으로 의심되는 환자가 검사를 하러 왔다. 내가 겪은 증상과 흡사했다. 그분의 힘듦이 느껴지니 가슴이 아팠다. 결과가 바로 나오는 것이면 참 좋을 텐데 검사 후 해열제 하나로 버티며 지낼 그분을 보내면서 힘내라는 말밖에 할 수 없어서 안타까웠다.
코로나가 우리 곁에 머물기 벌써 몇 달째, 때로는 검사 후 결과에 기쁨으로 또는 아픔과 눈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는 자가 격리 중에 곤란함을 감수하고 있고, 의료진들은 환자들을 보살피며, 보건소에서는 각자 제 위치에서 일을 분배해 열심히 코로나와 이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매일매일 코로나 속보를 들으며 온 국민이 반드시 마스크 착용을 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켜야 한다. 나 하나가 아닌 우리를 생각해야 한다. 의료진들을 응원하는 챌린지를 보고 가슴 뭉클함을 느낀다. 우리가 코로나 극복을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진료소를 방문하시는 분들마다 발열체크를 하고 올바르게 마스크 반드시 착용하기, 사회적 거리두기, 밀집장소 가지 않기, 그 어느 때보다 개인위생에 대해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큰 행복이었는지, 마음대로 가고 싶은 곳에 가고, 사랑하는 이들과 만나고, 이런 날들이 속히 오기를 바라며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우리가 지켜야할 것들을 온전히 감당하므로 기적을 만들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