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한민족의 저력, 다시금 세계경영 나설 것

송기섭 진천군수

2020-12-21     동양일보
 
송기섭 진천군수

 

[동양일보]영국과 미국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우리 마음속에도 코로나 종식의 벨을 서둘러 울리고 있는 듯 보인다.

지난 20일 대한민국 일일 확진자 수는 지난 신천지 집단감염 사태 이후 최대치인 1097명을 기록했다.

지금 국민들의 코로나 경각심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이동률 변화에 주목한다.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코로나 1차 유행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도 국민들의 이동률은 30% 이상 떨어졌다.

‘나도 감염될 수 있다’는 공포감에 국민들이 알아서 활동을 줄인 탓으로 풀이된다.

‘광화문집회’, ‘사랑제일교회’가 이슈로 떠오른 2차 유행 때는 거리두기를 격상하자 일주일에서 열흘 뒤 1차 유행 때와 유사한 수준으로 이동률이 줄었다.

3차 유행이 벌어지고 있는 현재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 격상만을 앞두고 있는 상황임에도 이동률은 이제 겨우 20% 정도 줄었을 뿐이다.

겨울을 좋아하는 바이러스의 특성과 환기 부족, 실내 중심의 생활, 무엇보다 우리들의 느슨해진 마음이 한데 모이다 보니 그동안 안전하다고 믿었던 곳에서 계속해서 확진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백신 하나가 개발돼 접종이 이뤄지기까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시간과 예산이 소요된다.

현재까지 최단기간에 사용 허가를 받은 것이 볼거리 백신으로,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을 정도다.

그만큼 백신의 효능과 안정성을 입증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 영국과 미국 등 에서 접종을 시작한 코로나19 백신은 개발에서 접종까지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국가들이 접종을 서두른 이유는 백신 부작용으로 인한 손해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피해가 훨씬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는 그간 전 세계의 찬사를 받으며 K방역 체계를 구축해 왔다.

그만큼 다른 나라보다 버틸 수 있는 시간을 어느 정도 벌어놓은 셈이다.

다른 나라의 접종 상황을 보며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좀 더 안정적인 백신 접종 환경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 놨다는 말이다.

정부와 모든 국민이 합심해서 탄생시킨 K방역의 효과를 극대화시키지도 못하고 상황이 심각한 외국과 접종 속도를 같이 한다면 그간의 우리의 노력들이 너무 아깝지 않겠는가?

한민족은 조선시대 때 일제 침탈에 맞서 국권을 지키고자 벌인 국채보상운동을 비롯해 한국전쟁, IMF 금융위기, 2008 경제글로벌 위기 등 수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 온 강력한 ‘위기극복 DNA’가 내재돼 있는 민족이다.

우리가 가진 저력을 바탕으로 느슨해진 마음을 다잡고 힘을 함께 모은다면 백신 접종 전 마지막 위기를 슬기롭게 넘길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위기는 곧 기회며, 슬기롭고 정의로운데다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대한민국 국민, 이런 한민족의 저력은 반드시 이번 위기를 발판삼아 세계경영에 다시금 나설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