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의 말 맛, 시조에 담기다
김광순 시인, 48편 시조 수록된 <녹두빛 저녁> 출간
[동양일보 김미나 기자]‘땅거미 내릴 무렵/잠시, 들렀다가//말 한마디 못하고/속 울음만 놓고 간//고라실/구부러진 산길에/찔레 이모/머리핀’ -‘초승달’ 중에서
충청도 특유의 말맛으로 시조에 풍성함을 더한 김광순(61·사진) 시인의 시조집 <녹두빛 저녁>이 나왔다.
시조집은 1부 겨울 풍장, 2부 붓꽃, 3부 사루비아, 4부 고등어 등을 미는 바다는 등 총 4부 48편의 시조가 수록됐다.
김 시인은 “황산벌에 빚어 놓은 언어가 다 저녁 때 한 짐 지고 돌아오기까지 자연 앞에서 남모르게 품어주고 다독이며 순응했다”며 “놀뫼 지평선의 융성과 함께 내내 33년 나의 시작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이경철 문학평론가는 “이번 시조집은 김 시인이 태어나 자라고 일하며 살아온 충청도가 낳은 작품집”이라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충청도 특유의 말맛과 어투가 그대로 시법에 녹아들어가 쓰여졌고 금강의 비단결 같은 충청도의 속살, 심성을 읽을 수 있다”고 평했다.
나태주 시인은 “형식은 단아하고 말씨는 조곤조곤하고 언어는 매우 곰살스럽다. 모국어에 대한 십분 배려와 사랑이 배어 있어 ‘묵은 가지에 열리는 새로운 열매’가 그냥 가슴에 확 와서 닿는 뭉클함과 상큼함이 있다”고 칭찬했다.
김 시인은 충남 논산에서 출생했다. 한남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충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시조문학> 추천 완료 후 현재까지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해오고 있다.
시집으로는 <물총새의 달>, <새는 마흔쯤에 자유롭다>, <고래가 사는 우체통>, <달빛 마디를 풀다>가 있다. 수상 경력으로는 한국시조작품상, 대전문학상, 한밭시조문학상, 한남문인대상 등을 받았다. 현재 한국시조시인협회 대전지부장을 역임하고 있다. ㈜동학사. 84쪽. 1만원.
김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