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커피이야기(21)/ 쓴맛·신맛·단맛·고소한 맛의 밸런스, 커피
이상조 다락방의 불빛 대표·카페 컨설턴트
[동양일보 동양일보 기자]얼마 전에 자율주행차에 탄 운전자가 운전 중에 고속도로에서 잠을 자다가 경찰에 적발되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미래에는 수많은 자율 주행차가 영화에서처럼 도로를 다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한다. 그때는 개인 소유의 승용차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지게 되고, 도로를 다니는 자율주행차를 공용으로 사용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실 우리가 개인 소유의 승용차를 이용하는 시간을 생각해 보면 상당히 비효율적인 것이 사실이다. 직장인의 경우 평일에는 출, 퇴근 시간 정도, 휴일이나 주말에도 집에서 쉬는 날에는 이용하지 않는 시간이 많다.
한편, 가축 사육 없이 공장에서 세포배양 방식으로 육류를 대량 생산하는 사업이 추진 중이라는 뉴스도 보았다. 배양육은 전통적인 축산업이 고기를 생산하면서 어쩔 수 없이 발생시켰던 문제들을 거의 대부분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토지 사용량은 99%, 가스 배출량은 96%, 에너지 소비량은 45% 줄일 수 있다는 식이다. 한 발 더 나아가서 미래학자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생산된 음식에 인간의 뇌를 속이는 방식을 적용하면 사람들이 언제나 최상의 음식을 먹고 있다고 느끼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고급 식재료를 사용한 비싼 음식을 구입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고도 말한다.
세상의 변화는 늘 우리가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다.
일례로 애플의 아이폰 1의 출시일은 2007년 6월 29일이고, 삼성의 갤럭시 S1 출시일은 2010년 6월 25일이다. 불과 14년 만에 세상은 스마트폰이 없으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가 되었다.
이러다가 어쩌면 우리가 진짜 음식을 먹고, 진짜 맛을 느끼며, 진짜 향을 맡는 마지막 세대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커피를 마시면 쓴맛, 단맛, 신맛, 고소한 맛 등을 느낄 수 있다.
이때 몸에 좋은 황산화 물질들은 쓴맛으로 표현된다.하지만 오직 쓰기만 하다면 문제가 있다.
원두가 오래되고 상태가 나쁠 때 강하게 로스팅 하여 나쁜 품질의 원두가 가진 단점을 감추기도 하기 때문이다.
쓴맛, 신맛, 단맛, 고소한 맛의 밸런스가 중요한데, 사람에 따라 신맛이 조금 두드러진 것을 선호할 수도 있고, 또 어떤 이는 쓴맛이 강한 것을 선호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선호하는 맛 한 가지만 가지고 있다면 좋은 커피가 아니다.
신맛을 감싸고도는 고소한 맛, 쓴맛을 보완해 주는 단맛이 있어야 한다.
20세기와 21세기에 걸쳐 삶을 이어가고 있는 필자로서는 요즘의 변화를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오늘, 세상의 변화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습관처럼 매일 마시고 있는 커피 한 잔이 예사롭지가 않다.
오늘따라 커피의 맛과 향에 집중해본다.
약간의 쓴맛과 신맛이 먼저 느껴지고 나서 고소한 맛이 뒤따른다. 두드러지게 어떤 한 가지 맛이 다른 맛과 향을 압도하지 않는다. 독특하거나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원만하면서도 기품이 있는 맛이다. 어쩌면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는 마지막 세대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한편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창밖으로는 여름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