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커피이야기(23)/ 다양한 요인에 따라 달라지는 커피의 맛
이상조 다락방의 불빛 대표·카페 컨설턴트
[동양일보]커피를 추출한다는 것은 커피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성분이 물로 옮겨지는 과정이다. 과정마다 다양한 요인에 따라 최종 결과물인 커피의 맛이 달라진다.
우선 커피를 볶는 단계인 로스팅(Roasting) 단계가 있다. 보통 가장 약 배전부터 최강배전까지 8단계로 나누는데, 더 강하게 볶을수록 쓴맛이 강해지고 더 진해진다.
다음은 커피 원두를 분쇄하는 단계인 그라인딩(Grinding)이 있다.
그라인딩은 커피 원두의 추출 면적을 넓혀주기 위한 작업이다. 커피를 곱게 갈수록 물과 커피 가루의 접촉면적은 넓어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입자가 작을수록 물이 커피 가루를 통과하는 시간이 늘면서 추출 시간도 길어지고 진하게 추출된다.
그 다음은 탬핑(Tamping)이다. 우리말로 하면 다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커피 가루가 수평이 되도록 균형을 맞춰 누르는 것이다. 최근에는 수평을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하지 누르는 압력은 크게 상관이 없다는 사람들도 많긴 하지만, 세게 다지면 물이 커피 가루를 통과하는 시간이 길어져서 추출 시간이 길어지고 진하게 추출된다.
이때 포터필터도 중요한데, 포터필터는 그라인더로 커피를 갈아서 받아낼 때 사용하는 손잡이가 달린 도구이다. 평소 포터필터를 커피머신의 그룹 헤드에 보관하고 있어야 하는데, 작업의 편리함을 위해 그라인더 옆에 두고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포터필터는 항시 그룹 헤드에 장착 시켜 둠으로써 언제 주문이 들어오더라도 따뜻하게 데워진 상태에서 커피가 만들어져야 하기 때문인데, 이것은 핸드드립 방식으로 커피를 내릴 때 드리퍼와 서버를 뜨거운 물로 예열해 주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또한 포터필터는 항상 마른 상태에서 커피 가루를 받아내야 하는데, 그래야 물이 커피 가루 사이에 균일하게 흐르지 않는 현상인 채널링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재료와 도구가 같다면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써서 추출해야 더 맛 좋은 커피라는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다. 과정 중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기에 매 순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만 늘 일정하게 최상의 커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거나 때로는 가진 능력을 초과해서 120% 발휘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 하루에 10시간 이상 매일 매일 변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속성을 위해서는 70% 정도의 집중력과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최상의 맛이 아닌 괜찮은 맛을 만들어내야 한다. 현실이 이러하다면 결국 맛있는 커피를 지속해서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재료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재료가 좋다면 웬만한 실력자라도 꽤 맛 좋은 커피를 지속적으로 추출할 수 있다. 하지만 재료가 시원치 않다면 실력 좋은 바리스타가 과정마다 최선을 다해 만든다고 해도 결코 맛 좋은 커피를 추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세상 모든 음식이 마찬가지이겠지만, 커피는 다른 양념이나 향신료가 배제된 채 추출된다.
커피가 함유한 성분을 오로지 물을 이용해서 뽑아낸다.
결국, 커피는 질 좋고 신선한 원두가 제일 중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