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지역안전지수에 관한 소고(小考)

이재영 충북도 재난안전실장

2021-08-08     동양일보
이재영 충북도 재난안전실장
이재영 충북도 재난안전실장

[동양일보]지역의 안전에 관하여 1~5등급으로 나누어 각각의 안전통계를 대조하여 평가하는 지역안전지수 제도가 있다. 교통사고, 화재, 범죄, 생활안전, 자살, 감염병 등에 대하여 점수를 매겨 1등급에 가까울수록 안전하다는 의미이다. 우리지역도 지역안전지수를 개선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기대만큼의 성과를 나타내진 못하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아주 유의미한 지표로 살기 좋은 지역으로 인식되어가는 자치단체가 있다. 바로 증평군이다. 필자가 공무원생활을 시작했을 무렵 근무했던 지역이라 더욱 애착이 가고 또 몇 해 전에는 부군수로 근무하여 지역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지라 반갑고 또 자랑스럽기도 하다. 증평군은 도시 규모는 작지만 사람이 살기엔 아주 좋은 환경을 갖췄다. 증평군이 살기 좋은 도시라는 것은 각종 수치에서 엿 볼 수 있다. 올 1월 발표된 살기 좋은 지역을 선정하는 ‘커뮤니티 웰빙지수(CWI)’ 조사에서 증평군은 전국 229개 자치단체 중 상위권에 포함되었다.

‘커뮤니티 웰빙지수(CWI)’ 는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커뮤니티 웰빙연구센터와 지방자치연구원, 중앙일보가 공동으로 전국에 거주하는 성인 1만6555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 16일부터 12월 14일까지 조사한 결과이다.

증평군은 이 조사에서 10점 만점에 7.32점을 받았다. 이는 부산시 기장군(7.39점), 서울시 서초구(7.33점), 경기도 과천시(7.33점) 다음으로 높은 점수이다.

웰빙지수 조사는 인간개발, 경제, 사회, 환경, 인프라, 거버넌스 등 6개 자본 수준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평가를 종합해 산출하는 방식이 적용됐다고 한다. 증평군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생활만족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증평군이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한 도시라는 점도 입증됐다.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전국 자치단체 228곳을 대상으로 재해위험요인, 방재대책, 시설정비 등 3개 분야 53개 지표와 연계해 안전도를 측정한 결과 증평군이 최고등급인 A등급을 받았다.

최근에 조성된 계획도시인 세종시가 살기 좋은 곳으로 인기를 누리는 것이 부럽지 않은 증평군의 우수한 지역주민 생활환경이 두 평가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하지만 아무리 잘 갖춰진 복지제도, 만족도 높은 생활환경이라 해도 사각지대는 있다. 살기 좋은 곳으로 평가된 증평군에 얼마 전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였다. 한 빌라에서 모녀가 쓰러진 채 발견되어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의식을 잃은 어머니가 깨어나지 못한 것이다. 극단적 선택으로 발생한 사건으로 추정되는 증평군 모녀 사건을 접하면서 아무리 좋은 시책을 펼치고 생활환경을 만들어도 사각지대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증평지역에서는 지난 2018년에도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 당시 두 모녀가 목숨을 잃었고, 주검이 발견된 것은 사건 발생 수개월이 지난 뒤였다. 그만큼 소외계층과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에 대한 개선 목소리가 높을 수밖에 없었던 사건이었다.

다수의 주민들이 생활환경에 대해 높은 점수를 줬지만 그곳에는 또 다른 그늘이 있었던 것이다.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 대한 배려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만큼 살기 좋은 도시 이미지를 유지하기란 어렵다는 이야기도 된다.

주민만족도가 높은 지역의 생활환경을 유지 발전시키면서 사각지대를 없애는 세밀한 행정력과 지역사회구성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지역의 안전은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지는 최후의 수단이자 방안이다.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치단체는 물론 사회구성원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