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베이스 연광철, 그는 누구인가
[동양일보 김미나 기자]“유럽 사람들은 연광철 성악가를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베이스’라고 부르죠. 절대로 과장된 수식어가 아닙니다.”
동양인의 한계를 넘어 세계 무대를 점령한 ‘작은 거인’, 베이스 연광철(56) 성악가.
세계 무대에서 독일의 유명 베이스 ‘르네 파페’와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는 연 성악가에 대해 정작 그의 고향 충북에선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많다.
현재 유럽에서의 ‘연광철’은 20세기 3대 성악가로 불렸던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의 명성과 다를 바 없는 ‘톱스타’다.
연 성악가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빈 국립 오페라, 파리 국립오페라, 뮌헨 바이에른 국립오페라, 밀라노 라 스칼라, 런던 코벤트 가든 등 오페라 가수들의 꿈의 무대에 일상적으로 초청받는 가수다.
특히 유럽 3대 음악제 중 하나인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무대에서 100회 넘게 공연했다는 사실은 경이로운 일이다.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은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의 오페라 작품을 공연하는 음악 축제로 1876년부터 매년 7~8월에 열리고 있다. 이 역사와 전통의 페스티벌은 전 세계 바그너 애호가들의 열렬한 사랑으로 10년 치 공연이 미리 예매돼 있다고 알려진 유명 음악 축제다.
그는 1993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 플라시도 도밍고 콩쿠르 우승을 시작으로 세계 무대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 콩쿠르의 우승으로 이듬해인 1994년 그는 독일 최고의 오페라극장인 베를린 극장(1742년 건립)에 스카우트 되며 10년 동안 전속 오페라 가수로 활동했다.
보통의 성악가들이 작은 오페라 극장의 오디션을 통해 한 단계, 한 단계 밟고 올라간다면 연 성악가는 단 한 번에 꿈의 극장에 입성한 것이다.
서울대 출신으로 독일에서 유학했던 베이스 박광우(46) 성악가는 “동양인으로 유럽 무대에 서자 마자 최고의 극장과 계약한다는 사실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무엇보다 10년 동안 계약을 유지하며 결국 베를린 극장을 대표하는 베이스로 입지를 굳혔다는 사실은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연 성악가의 가장 큰 장점으로 ‘오페라’와 ‘가곡’을 넘나드는 유연함을 꼽는다. 아무리 실력 있는 성악가라도 ‘오페라’와 ‘가곡’의 각기 다른 특성 때문에 두 가지 모두를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연 성악가는 유연한 발성과 뛰어난 감성으로 오페라 무대와 가곡 무대 어디서든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공연을 선사하며 클래식 팬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세계 무대에 우뚝 서 있는 연 성악가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뒤늦게 음악을 시작했다.
충주공고를 나와 청주대 음악교육과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음악을 공부했던 그는 남다른 성실함과 끈질긴 노력으로 오로지 음악에 매진했던 학생이었다고 한다.
청주대 음악교육과 84학번 동기인 조영수(56) 청석고 음악교사는 “연광철은 노래밖에 모르는 학생이었다”며 “노력도 대단했지만 원래 목소리의 공명은 타고 났다. 자취방에 친구들이 모여 벽에 기대 앉아 있을 때 연광철이 이야기를 시작하면 반대편 벽이 '달달'거리는 울림소리가 들렸다”고 회상했다.
연 성악가는 특히 대학 3학년 때가 되면서 목소리가 완성됐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후 그는 본격적으로 당시 3대 음악콩쿠르였던 중앙 음악 콩쿠르, 음협콩쿠르, 동아콩쿠르에 참가하며 입상했다.
당시 청주대 음악교육과 교수였던 김태훈(70) 교수는 “학창시절 전국 콩쿠르 대회에 나가면 2등을 많이 했는데 아마도 지방대의 설움이 아니었나 싶다”며 “워낙 눈에 띄게 잘했고 타고난 목소리에 묵묵한 노력이 더해져 지금의 연광철이 있는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워낙 어려웠던 형편에 음악 교사를 꿈꿨지만 그의 재능을 아까워하는 주변 사람들의 권유로 연 성악가는 1990년 유학길에 올랐다. 당시 청주에서 건설업을 하던 이준용(76) 신라종합건설 회장이 실력 있는 고향 후배의 안타까운 사정을 접하고 거액의 유학비를 보탠 사실은 뒤늦게 알려진 일화다.
어려웠던 어린 시절과 자신을 채찍질하며 보냈던 시간들을 지나 결국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베이스’가 된 연 성악가.
드디어 그가 청주 무대에 선다. 오는 11월 14일(일) 오후 4시 청주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동양일보 창사 30주년 기념 ‘연광철 초청 독창회’가 열린다. 김미나 기자 kmn@d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