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결핍은 누구에게나 있다 /화가 이도담 편
박종석 미술평론가
[동양일보]
결핍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 거북함이란 것은, 애초 불완전한 사람을 앞에 두고 ‘너는 불완전해!’라고 말하는 것이 불편했어요. 폭력적이라 생각했어요.” 첫 개인전 표제를 왜 ‘불온한 존재의 초상’이라고 했는가 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도담(30) 작가가 사용하는 ‘불온’은 통상적 사용인 불온(不穩, 기득권에 대한 저항과 대립)과 다르다. 작가의 ‘불온’은 ‘불온전(不穩全)하다’에서 전(全)자를 제거한 것이다. 작가는 이미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는 인명, 지명 등의 단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변형하여 개별 작품의 제목으로도 쓴다.
작품 ‘오하히호 숲의 사제’에서 오하히호는 미국 오하이오 주를 변형한 것이고, ‘열매를 따먹는 어거수틴’에서 어거수틴은 오거스틴를 변형한 것이다. 실재하지는 않지만 어디엔가 있을 수 있는 인물, 장소. 풍경.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허구이지만 그 안에는 진실을 말하는, 실재의 허구화, 허구의 실재화라는 교묘한 비틂 전략이다.
작가의 그림 속 소재는 대체로 문학적 단초가 있으면서도 자신만의 상상으로 가공 창조된 것이다. 그림의 모든 캐릭터들은 ‘불온전한 존재’들이다. ‘불온전한 사람’을 그림의 소재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관심을 갖고 계속해서 생각을 하고 진심으로 그릴 수 있는 주제는, 불온전한 존재의 결핍이라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런 결핍의 존재이고, 나를 그렇게밖에 볼 수 없는데 내가 어떻게 다른 것을 그릴 수 있겠는가.’
작자는 대학시절 목사인 어머니와 함께 모 목사님이 운영했던 가족치유 상담프로그램에 참가해 자신이 알지 못했던 성장환경을 되집어 보는 시간을 갖었다.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 정직하고, 바르고, 약속도 칼같이 잘 지키고, 가정에 책임감도 강하고, 작가를 무한히 사랑해주는 아버지와 다소 감정의 격랑이 강하지만 역시 바른 어머니와의 관계에 왜 고마움과 사랑과 증오가 교차하는지. 너무 사랑하지만, 때로 너무 증오하는 감정의 변화를 많이 겪었다고 한다.
작가는 이러한 관계를 ‘기이한 유대관계’라고 말한다. 어린 작가의 눈에 비친 아버지는 완벽하지만, 자신만의 틀과 기준이 너무 완고해서, 작가 자신이 늘 모자란 사람으로 느끼한 분이다. 작가는 말한다. ‘로봇같은 아빠’, 그것이 아버지의 결핍이라고. 모든 인간은 불온전한 존재이고 나름의 결핍이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게된 계기라고 한다. 작가는 자신과 가족의 특수한 상황에서 ‘불온전함’과 ‘결핍’을 창작의 보편적 문제로 확장시킬 수 있었다.
‘내가 결핍의 인간이고, 눈에 펼쳐진 모든 사람에게 결핍이 있으니, 불온전함과 결핍을 찾아 그린 것이다. 덕분에 가족이 모두 성장했다. 불온전함에서 오는 불안감이 사라졌다. 이제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아직 다음 방향을 구체화 하지 못했다.’ 이 역시 자연스럽다.
인간은 자신의 불온전함, 상대의 결핍을 이해하고 인정했을 때, 서로 도울 수 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등 뒤를 봐줄 수 있다.
▷이도담 작가는... 충북대 미술과(서양화전공, 2015) 졸업. 개인전 2회, 단체전 13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