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에세이/ 사랑이 넘치는 세상
이호성 수필가
[동양일보]‘코로나 19’가 온 세상을 휘젓고 있는 일은 우리 인류에겐 보통 큰 재앙이 아니다.
그 옛날 스폐인 독감이나, 폐스트 균이 온 세상을 휩쓸고 지나간 재앙도 있었지만 현재 온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고 있는 ‘코로나 19’는 그야말로 우리 인류에게 주는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저항력이 적은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그 충격을 말로 표현 할 수 없다.
지금까지 힘겹게 살아 온 이 세상을 ‘코로나 19’가 감염 되었을 때를 잠시 생각 해 보자.
사랑하는 자식들의 방문도 사절되고, 죽음을 맞게 되어도, 식구들의 임종(臨終)도 허락되지 않으며, 죽고 난 뒤에도 자식들이 망자(亡者)의 얼굴도 못 보게되고, 한 줌의 재로 땅속에 묻히게 되는 종말(終末)을 맞게 되니, 이런 비극(悲劇)이 또 어디 있으랴!
옛날 우리 상여(喪輿) 문화를 이 순간 잠깐 생각 해 보자.
동리에서 초상이 나면, 네일, 내일이 따로 없고, 죽음을 알리는 부고(訃告)에서부터 장례를 치르는 날까지 동리 사람이 일심동체가 되어 슬픔 또한 같이 하였던 것이다.
동리에서 상여(喪輿)가 나가는 날은, 남녀노소(男女老少) 할 것 없이 슬픔을 같이 하였고, 장례를 치르고 나서도 상주는 아침, 저녘 상식(上食)을 올리며 삼년상을 치렀고, 삼년동안 상장(喪章)을 달고, 고인(故人)에 대한 슬픔을 간직 하였던 것이다.
장례 전날 밤에는 학식과 덕망이 높고 호상(好喪)인 집에서는 빈 행상(行喪)놀이가 있었으며, 그 행상놀이는 다음날 장례의 예행연습이며, 그때 그 사람들의 단합과 함께 망자(亡者)에 대한 애환(哀歡), 그리고 남은 사람들의 여한(餘恨)을 달래는 풍습이기도 하였다.
그런 일들은 고인(故人)에 대한 생각을 가다듬고, 산 사람들에게도 우리의 삶을 다시 한 번 생각 해 보게도 하였으며, 나의 삶도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교훈(敎訓)을 주게도 하였던 것이리라!
그러나, 지금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산 사람들의 모임도 금지되고, 코로나에 걸린 사람은 이 세상의 큰 죄인이 되어, 용납(容納)을 못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우리 인류에게 이 보다 더 큰 재앙(災殃)이 어디 또 있으랴!
나이 먹은 사람들에게도 얼마 남지 않은 세상을 큰 지옥으로 맞고 있는 것이다.
어서 속히 코로나 사태를 잠재워,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 웃음으로 가득 차고, 즐겁고 재미있고, 정답고 떠들썩한 살 맛 나는 세상이 어서 속히 와야 할텐데 다만 답답할 뿐이다.
성당에서도 띄어 앉고, 반가운 사람과 만나도 주먹질만 하고, 이게 말이나 될법한 일인가?
그 옛날!
동리에 초상이 나면 온 동리 사람이 하나가 되어, 슬퍼하고 장례를 치르며, 혼주들이 망자(亡者)에게 집착하여 정성을 다 하는 문화였으니, 어찌 우리 이 나라를 동방예의지국(東邦禮儀之國)이라 하지 않았겠나!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너무나 어이없는 세상이 되고 말았으니, 그 옛날 가난하여 춥고, 배고픈 세상이었지만 정(情)과 정성과, 어른들을 받드는 풍습으로 온 동리가 일관된 그 당시가 한없이 그리워지는 지금이다.
지금은 장례문화가 바뀌어 상여(喪輿)문화를 찾아 볼 수가 없다.
고인(故人)에 대하여 슬퍼하는 글이나, 업적을 기리는 글을 비단이나, 종이에 적어 깃발처럼 만든 만장(輓章)이 상여(喪輿) 행렬 앞쪽에 서고, 상여 뒤에는 상주(喪主) 뒤를 따라 조문객들이 따랐던 그런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코로나 사태가 벌써 작년 설을 지나, 추석을 넘기고 다시 설을 앞두고 있지만 잦아들 기미(機微)가 보이지 않으니, 더욱 마음만 답답 하다.
어서 속히 백신 접종이 원활히 진행되어 밝은 세상이 우리 앞에 펼쳐져야 할 텐데......!
신문에서도 444년 동안 지켜온 설 명절을 직계가족이라도, 주소지가 다른 경우 4명 이상의 모임을 금지하며, 조상의 차례상이나, 세배나, 성묘에도 차질이 있으니, 조상을 숭배하고, 어른을 공경하는 東邦禮儀之國을 코로나 사태로 뒤 엉키게 해 놓고 있다.
이런 혼란한 질서에서 어서 속히 코로나 사태를 말끔히 씻어 내어, 맑은 해가 솟아오르고, 밤이면, 밝은 달이 떠 올라, 이 세상 온 천지에 웃음이 넘치고, 설과 명절을 즐기며, 아이들이 어른들을 찾아 세배를 드리며, 삼강오륜(三剛五倫)이 살아 숨 쉬는, 東邦禮儀之國인 평화로운 세상이 어서 속히 우리에게 닥아 오기를 오늘 다시 한번 학수고대 할뿐이다.
오늘도 거리두기와 마스크 쓰기에 앞장서며, 바람에 흔들리는 들풀도 사랑하며, 어린 아기들의 머리도 쓰다듬으면서, 서로서로 사랑하는 활기 찬 새 세상이 우리에게 어서 속히 와 달라고, 사랑이 넘치는 활기찬 세상을 두 손 모아 나는 다시 한 번 빌어 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