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문화예술은 공동체의 혼이고 심장이다" / 에필로그
박종석 미술평론가
[동양일보]지난해 여름 동양일보(회장 조철호)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충북의 미술계를 들여다보는 칼럼을 만들어 보자는 제안이었다. 구체적인 방향을 잡기 위해 말을 섞었다. 필자가 나고 자라고, 지금 거소지가 청주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청주를 중심으로 인근 대전시를 비교하는 말로 흘러갔다.
현재와 마찬가지로 90년대 초반에도 청주와 대전의 인구는 대략 2배 정도 차이였다. 미술계의 활성화 정도를 놓고 볼 때, 필자의 기억에 청주가 오히려 높았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 역전의 정도를 넘어서 비교하기 부끄럽다는 것에 공감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하는 물음을 마련하고 칼럼의 방향을 여러모로 검토한 끝에 청주에 한 발을 굳건히 두고 활동하는 젊은 작가를 찾아보고 그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들어보자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손명희(충북문화관 학예사), 한준희(청주시립미술관 학예사) 그리고 몇몇 작가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개인전 경력이 있는 20~40대 초반 젊은 작가를 추천받았다. 그렇게 지난주까지 18명의 젊은 작가를 만났다. 필자 개인의 상황변화도 있지만 18명의 작가로 칼럼을 마무리 지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우리 지역의 젊은 작가가 무척 귀해진 것이 현실이다.
몇 년 전 지역의 모 예술단체 회원으로 오래 활동한 작가로부터 들었던 말이 새삼 떠오른다. 젊은 작가의 신규회원 가입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지역에서 활동하는 젊은 작가의 수가 감소한 것만으로 그 원인을 못 박을 수 없다는 공감도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작가로 활동하고자 하는 작가들은 자연스럽게 어느 쪽이든 미술단체를 가입했었는데 젊은 작가들은 미술단체 가입을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몇 가지 안타까운 현실을 짚어보자. 첫째 우리 지역에서 젊은 작가를 오랫동안 양성했던 대학(충북대, 청주대, 서원대, 교원대 등)에서 미술 관련 학과가 축소되어 젊은 작가 배양이 감소했고, 둘째 충북문화재단 설립(2011년) 후 미술계 지원사업 및 예산이 증가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큰 벽이 있다고 느끼는 젊은 작가들이 있고, 셋째 청주시립미술관(본관, 대청호관, 오창관,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숲속갤러리(충북문화관), 사립미술관, 갤러리 등 전시공간의 숫자가 증가했으나 작가에게 경제적 창작지원(또는 작품판매능력)이 미약하거나 아예 없기에 젊은 작가들의 입장에서 그리 매력적이지 못하고, 넷째 지역 방송·언론사, 미술잡지 등의 매체가 젊은 작가들에게 홍보플랫폼으로서 그리 강한 소구력을 갖지 못할 뿐만 아니라, 미술콘텐츠 생산자(창작자)로서의 소중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다섯째 충북문화예술포럼 등이 10여 년 넘게 지역 예술계의 활성화를 위해 토론과 연구를 지속하는 노고에도 불구하고 제한적 성과를 넘어 설 수 있는 방향 전환이 필요하고, 여섯째 ‘충북작고미술인 예술과 정신 조명전(2013년, 2015년, 충북문화관, 기획 손명희)’, ‘여백의 신화(청주시립미술관 개관전, 2016년) 등과 같은 전시기획 및 학술 연구를 통해 청주 현대미술 전통을 세심히 되살리고 젊은 작가에게 자존감 함양의 계기를 마련해주는 사업이 부족했다.
여러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만난 18명 젊은 작가들은 한결같이 창작은 그들 삶의 원동력이기에 결코 포기할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그들의 순수한 열정이 필자의 짠한 가슴을 부끄럽게 만든다.
필자는 동양일보가 창간(1991년) 이후 지역 문화예술계에 보여준 애정과 관심을 잘 알고 있다. 대한민국 최초의 현대조각가이자 문화예술평론가인 고 김복진(1901~1940, 남이면 팔봉리 출생)을 발굴 선양하는데 앞장 선 것이 많은 대표적 업적 중 하나이다. 계속해서 충청권 최고의 지성 언론으로서 문화예술콘텐츠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확대해 줄 것을 기대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