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보는 클래식 이야기/ 1. 어른을 위한 동화, 슈만의 ‘어린이 정경’

강효욱 소리창조 예화 상임작곡가

2022-02-17     동양일보
 

[동양일보]동양일보는 지난해 8월 13일부터 지난 11일까지 금요일자 10면에 연재하던 박종석 미술평론가의 ‘젊은 예술가의 지금, 여기’를 19회로 마무리하고 강효욱 작곡가의 ‘눈으로 보는 클래식 이야기’를 시작한다. 각 회마다 1곡을 선정, 쉽고 재미난 해설을 통해 클래식 음악의 이해를 돕기 위해 기획됐다. <편집자>


낭만주의는 18세기 말 유럽 전역에서 일어난 문예사조이자 예술운동이다. 음악계에서도 어김없이 이러한 움직임들이 일어나게 되었고, 형식을 중요시 여기는 고전주의 음악에 반하여 낭만주의 시대에는 주관적인 감정을 여과 없이 표현해내는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들이 창작되었다.

특히 시와 회화 등 여러 분야의 예술을 접목시켜 여러 가지 장르로 발전시키게 된다.

슈만

슈만(Robert Alexander Schumann,1810-1856)은 독일의 초기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이다. 7세부터 작곡을 시작한 슈만은 어린 시절 슈베르트의 가곡(Lied)을 접하면서 시와 노래의 융합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이러한 영향이었을까. 슈만은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본인이 작곡한 피아노 소품 중 13곡을 골라 ‘어린이 정경’이라는 표제를 붙여 출판(1838년)하게 된다. 표제음악(Program Music)은 낭만주의에 많이 쓰였던 음악 스타일 중 하나인데, 작곡가가 음악에 작은 제목을 붙여 그 심상을 표현한 것으로 듣는 이로 하여금 그 음악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함께 상상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어린이 정경’은 ‘미지의 나라들’,‘이상한 이야기’,‘술래잡기’,‘졸라대는 어린이’,‘만족’,‘큰 사건’, ‘꿈’, ‘난로가에서’,‘목마의 기사’,‘약이 올라서’,‘거짓말’,‘어린이는 잠 잔다’,‘시인의 이야기’라는 소제목의 13개의 피아노 소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7번째 곡인 ‘꿈’은 ‘트로이메라이’라는 독일어 제목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어린이 정경’을 듣다보면 노래 가사가 있는 곡이 아닌 피아노 연주곡임에도 불구하고 스토리가 있는 그림책이 눈앞에 펼쳐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사진출처=상지원 어린이정경 피아노책 표지

슈만이 붙인 그 표제처럼 미지의 나라로 빠져 들어가 술래잡기를 하는 어린이들을 바라보고 흥미진진한 사건, 꿈 속 나라, 거짓말하는 어린이, 잠들기까지... 수많은 동화 속 그림들이 음악으로 표현되고 마치 그 그림을 보고 있는 듯한 상상에 빠지게 되기도 한다.

슈만의 다른 피아노 작품들은 여느 작곡가들의 작품에 비해 유난히 화려하고 복잡한 기교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어린이 정경’만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하고 반복적인 기교들이 사용된다. 단순하지만 그 표제를 표현할 수 있는 기교들, 그래서 실제로 작곡에 입문하는 학생들에게는 꼭 거쳐 가는 좋은 학습교재이기도 하다. 어쩌면 순수한 어린이들의 생각을 표현하고자 하는 슈만의 의도였을지도 모른다.

20대, 왕성한 청년기의 슈만은 왜 어린 시절의 단편들을 모아 회상했을까? 복잡한 세상을 살고 있는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가 순수했던 자신들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며 어렴풋이 짓는 그 미소가 답이 아닐까?

강효욱 작곡가

 

▷강효욱 작곡가는?

1978년 강원도 원주 출생

선화예고 작곡과, 이화여대 작곡과 졸업

이화여대 대학원 음악공학 석사

세종대 공연예술학 박사

청주대·서원대 외래교수

소리창조 예화 상임작곡가

충북음악협회 이사

대표곡 달빛왈츠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