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장이 소개하는 우리 동네 이야기/ ①남일면 가중1리

2022-03-06     신우식
노경우(58) 남일면 가중1리 이장.(사진=신우식 기자)

[동양일보 신우식 기자]동양일보는 청주시 43개 읍면동을 마을을 소개하고자 한다. 각 마을 이‧통장들을 통해 마을의 유래, 마을 특징, 민원사항, 특정 사업 등 몰랐던 마을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할 계획이다/ 편집자

“우리 마을을 아시는 분들은 거의 없어요. 차로 15분 이내에 대형 마트 2곳이 위치해 있고, 원주민과 이주민 간의 갈등도 없는 마을인데 소문이 아직 덜 난 것 같아요. 과장 조금 보태면 풍경도 청주에서 유럽의 정취를 느낄 수 있을 정도인데 말이죠. 하하.”

노경우(58‧청주시 상당구 가중1리) 이장의 마을 소개다. 이 곳은 문의방향 공군사관학교 인근에 위치해 있으며, 조선시대 세조시절 문화 류씨, 신송 노씨가 낙향하면서 집성촌으로 시작됐다. 현재는 99가구 213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 아담한 마을이다. 이 중 약 65~70%가량이 이 마을의 원주민이 아닌, 외부에서 정착한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주민간의 큰 갈등이 없는 것은 새로 개발된 전원주택단지와 원주민들의 주택이 붙어있어 서로 소통할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다.

마을의 인구가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초반 전원주택단지를 개발하면서 부터다. 각계각층에서 은퇴한 인사들이 마을로 유입되면서 다른 지역보다 탄탄한 인프라도 구축됐다. 또, 2019년 농업진흥지역이 해제되면서 유명카페도 들어서 많은 시민들이 찾는 지역의 명소가 됐다. 마을이름은 몰라도 이 카페 이름은 아는 시민들은 많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마을 행사를 치르지 못하는데, 이전에는 매년 각 가구마다 10만~30만원씩 모아서 마을 단합대회도 개최했었어요. 마을 단합대회를 치르면 자발적인 먹거리 기부로 항상 풍성한 잔치가 됐었죠. 여러 분야에서 은퇴하신 분들이 많다보니, 이 분들이 마을 주민들을 위해 재능기부도 하시고 있어요.”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이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논두렁 콘서트’가 진행됐었다. 한 주민이 도에서 진행하는 ‘꽃차 만들기’ 수업을 수강한 후 추수를 한 논에서 꽃으로 차를 만드는 방법을 강연하고, 만든 차를 시음했다. 콘서트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이 수업에 예고 출신 관계자들이 초청돼 클래식, 대중음악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열정정인 연주가 곁들여지기 때문이다.

또 다른 재능기부는 건설업에 몸을 담았던 은퇴한 주민이 강사가 되는 목공예 DIY 교실이다. 목재를 잘 다룬다는 이 주민 역시 도에서 진행하는 강의를 듣고 와 다른 주민들과 공유하고, 매년 말에 제작발표회 겸 영화감상회를 가진다. 이들이 만든 목공 제품은 주민들에게 나눠진다. 두 행사 모두 150명이 넘는 마을 주민들이 참석할 만큼 참여율이 높았다.

가중1리 마을의 모습. 전원주택단지와 원주민 주택이 한데 모여 소통이 원활하다.(사진=신우식 기자)

 

이렇게 살기 좋은 마을에도 문제점은 있다. 바로 쓰레기 불법 투기 문제다. 가중1리에는 마을 주민들이 관리하는 쓰레기 집하장이 있는데, 이 곳 주민들이 아닌 일부 시민들이 와서 분리수거도 없이 무단으로 분리수거 안 된 쓰레기를 투기하고 도주하는 문제다. 마을 주민들과 한 번씩 정비에 나설 때면 소요되는 시간도 3시간이 넘는데다가, 섞인 생활쓰레기만 100ℓ짜리 봉투 54개가 나올 정도다.

노 이장은 “농업용 폐비닐 같은 것을 새벽에 몰래 와서 집하장에 투기하고 그대로 도망가요. 쓰레기 집하장이 이 곳에 있으니 와서 놓고 가는 것은 상관없는데, 제발 분리수거만이라도 제대로 해 줬으면 좋겠어요. 시장과의 대화, 구청장과의 대화 시간에도 무단투기 문제로 CCTV 설치를 요청했는데, 아직 해결은 안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신우식 기자 sewo911@d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