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자는 투자하고 가난한 자는 묻어둔다
김평기 금산 문화의 집 이사장
[동양일보]부자와 가난한 자는 돈을 대하는 방법이 다르다. 부자는 투자하고 가난한 자는 은행에 묻어둔다. 왜 그럴까? 부자들은 돈의 가치가 떨어져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 무서운 이유는 물가 상승률에 맞춰 임금도 같은 상승률로 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든 공산품이나 공공요금은 오르는데 봉급만 조금 오른다.
과거 예를 보아도 물가가 오른 상승률보다 월급 인상률이 낮다는 것이다. 모든 물가는 올랐는제 월급은 찔끔 오르게 된 상황이다. 일반인들이 월급을 30년 모아 아파트를 살 수 없는 이유는 너무 비싸서가 아니라 계속 오르기 때문이다. 돈 모으는 속도보다 건물값 오르는 속도가 더 빠르다. 그래서 요즘은 자기 급여로 아파트 사기가 불가능할 정도다.
모든 부의 근원은 처음에는 은행에 돈을 쟁여두는 능력이다. 하지만 효과적인 부의 축적을 위해서는 인플레이션과의 치열한 경쟁이 필요하다. 인플레이션을 이겨내야만 구매력을 확장하고 부를 축적할 수 있다.
재화(財貨)와 서비스의 비용 상승을 따라잡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우리는 은행에 묻어 둔 돈을 사용하여 가치 있는 자산을 사들이는 것으로 인플레이션을 이겨내야 한다. 인플레이션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투자밖에 없다. 왜 그럴까?
과거 우리나라 물가의 민낯을 살펴보자. 우리의 물가는 지난 50년간 약 50배 이상 올랏다. 자장면 가격이 50년 동안 무려 300배 이상 올랏다. 대한민국의 원화 가치가 50배 이상 축소된 것과 같은 의미다. 2022년도 소비자 물가가 10% 이상 상승한 듯 느껴진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다 보니 안 오른 품목이 없다. 한 예로 지난해 1,000원으로 붕어빵 3개를 사 먹었다. 그러나 2022년에는 1,000원으로 2개를 살 수 있었다. 농사용 퇴비 1포도 10% 이상 상승했다. 부동산 가격은 더 올랐다. 이렇듯 장기적으로 보면 화폐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 시간은 절대로 화폐를 보유한 자의 편이 아니다. 이게 자본주의 게임의 법칙이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지난 10년 경제를 추적해보면 경기 불황과 경기 호황을 무시하고 통화량이 증가할 때마다 소비자 물가가 상승을 거듭했고, 돈의 가치가 날개 없이 추락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부동산 역시 극심한 경기 불황에도 오르락내리락하다가 무섭게 올랐다. 원재자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자 모든 완제품 가격을 오르게 만드는 불을 당기었다.
물가는 월급으로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가파르게 올라 계층간 진입이 더욱 어려워졌다. 이에 다수는 희생당했지만, 누군가는 엄청난 부를 창출했다. 희생은 결국 아무것도 모르는 다수의 개인이다. 그 중 대다수가 열심히 일하는 봉급생활자이기도 하다. 그 대상은 무작정 부지런히, 열심, 성실히 사는 사람이다.
문제는 정부가 화폐 발행을 확대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화폐 발행을 자제해야 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간단해지는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정부를 움직이는 대통령은 정치인이다. 정치인은 당선되기 위해 항상 유권자에게 달콤한 약속을 한다. 국민이나 국가를 먼저 위해야 하는데도 오로지 자신 권력 유지에 중점을 둔다. 문제는 국민들 대다수가 달콤한 약속에 속아넘어간다는 것이다.
과거 역사를 살펴보면 사이코패스의 속성을 지닌 정치인, 즉 기만적이고, 비양심적이고, 불공정하고, 부정직한 정치인이 당선되면 더 많이 올랐다. 국가를 부강하게 만들 실력은 부족하고, 유권자 표를 얻기 가장 쉬운 대안 중 하나인 화폐를 찍어내는 방법을 택했다. 코로나 지원금을 주겠다. 병원비를 공짜로 해주겠다고, 기초연금을 인상시켜주겠다고, 더 많은 도로와 공공건물을 지어 주겠다고, 선심성 공약을 제시한다.
공무원 연금을 개혁하고, 공무원 수를 감축하고, 허리띠를 졸라메고, 세금을 올리고, 절약하고자 하는 정치인은 당선되기 어렵다. 사람들은 당장 편하게 해주는 정치인을 좋아하니 말이다, 결국 선심성 지출을 약속한 정치인이 당선되면 정부 지출이 많아지고 더 많은 돈을 찍어내고 그 돈은 내 돈이 아니기 때문에 마구 퍼주기 쉽다. 물론 부담은 후손이 되겠지만 우선 곶감이 달달하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지금 정부는 정부 지출을 확대하고 복지 지출을 늘리고 예산을 팽창시키고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올리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인플레이션이 찾아오는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서민들 가게를 더욱 빡빡하게 만든다. 더 중요한 것은 인플레이션이 생기면 돈이 정부로 빨려들어간다는 점이다. 정부가 지폐를 마구 찍어내서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키면, 공공요금이 오르고 공산품 및 각종 요금이 오른다. 세금으로 납부할 돈이 증가하고 물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는 물가가 오른 만큼 세금을 더 거두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주식 가격이 오르고, 부동산 부자가 많은 것은 바로 이런 메카니즘 때문이다.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닌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고, 앞으로도 여전히 화폐가치는 떨어질 것이고 실물 자산인 부동산 가격은 상승할 것이다. 물론 인구가 줄어들면서 땅이 과거만큼 중요하지 않아서 과거처럼 그렇게 많이 오르지 않을 수 있겠지만 현재의 화폐 시스템하에서 오를 것은 분명하다.
이런 화폐 시스템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부자들은 말한다. “가짜 돈인 화폐를 모으려고 하지 말고 진짜 돈인 실물 자산을 보유하라”고. 이게 돈을 은행에 묻어둘 것이 아닌 투자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