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보는 클래식이야기/13 열정의 작곡가, 헨델 ‘파사칼리아’

강효욱 소리창조 예화 상임작곡가

2022-05-19     동양일보
2단 건반 하프시코드
에두아르 아망의 그림 ‘헨델과 조지 1세’

[동양일보]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가로 바흐와 헨델을 들 수 있다. 같은 해에 태어난 동갑내기 작곡가인 이 두 사람은 동시대를 살면서 서로 다른 음악을 추구하고 다른 생애를 살았으며 평생 서로 만난 적 없지만 바로크 음악의 주축을 이루는 작곡가였다.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 (Georg, Friedrich Händel, 1685-1759)은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영국으로 귀화해 영국을 대표하는 작곡가로 생을 마감했다. “할렐루야”라는 곡으로 유명한 ‘메시아’는 헨델의 대표적인 작품이지만 기악곡과 종교음악에 열중했던 바흐와 달리 헨델은 극음악인 오페라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열성을 쏟았다. 헨델은 긍정적이고 열정적이며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다고 한다. 특히 출세욕, 물욕, 그리고 식욕이 넘쳤다고 기록되어진다. 그 욕심들로 인해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뛰어난 음악을 작곡해 위트 있게 상황을 모면했다고 하니 그 덕분에 훌륭한 작품들이 많이 남겨진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이러한 모습들을 볼 수 있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1710년 작곡가로 성공을 거두지 못한 헨델은 하노버 왕국의 왕실 악장이 된다. 극음악으로 성공하고 싶었던 헨델은 영국 데뷔를 염두에 두고 오페라 ‘리날도’를 작곡하게 되고 런던 공연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된다. 이후 영국왕실의 관심을 받게 되자 꿈에 그리던 성공을 예상한 그는 영국여행을 가겠다며 하노버를 등지고 영국에 완전히 정착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그를 후원했던 앤 여왕이 서거하자 하노버의 선제후가 영국의 왕으로 즉위하게 되고, 이에 왕의 보복이 두려웠던 헨델은 ‘수상(水上)음악’을 작곡하게 된다. 자비를 들여 배를 띄우고 악사들을 모아 배 위에서 이 음악을 연주시켜 왕의 환심을 다시 샀다고 하니 위기를 극복하는 그의 재능과 열정은 감탄할 만하다.

헨델은 바흐와 달리 서거 후가 아닌 사는 동안 많은 사랑을 받은 작곡가였다. 아리아 “울게하소서”로 유명한 ‘리날도’외에 40여곡의 오페라를 작곡했고, 초연이후 지금까지 쉬지 않고 해마다 연주되는 오라토리오 ‘메시아’를 남겼다. 종교에 심취하지 않았음에도 수 백 년 간 연주되는 “할렐루야”를 들으며 그가 바흐와 같은 색채의 음악가였으리라 생각하는 이들이 더 많을 지경이다. 이러한 느낌을 주는 데 한 몫 한 악기가 있으니 바로 하프시코드이다. 하프시코드는 현재의 전자악기 같은 사운드를 가진 건반악기로 기악이 발달하기 이전 시대인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에 독주와 합주를 도맡아 연주되었던 대표적인 악기이다. 헨델 또한 하프시코드 연주를 위한 음악을 작곡하였는데 그의 모음곡 중 파사칼리아와 사라방드는 편곡되거나 영화에 삽입되어 대중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1720년경 발표되었던 헨델의 ‘하프시코드 모음곡 7번 g단조’ 중 제 6곡 파사칼리아와 제 4곡 사라방드는 훗날 노르웨이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요한 할보르센(Johan Halvorsen, 1864-1935)에 의해 편곡되어 ‘헨델 주제에 의한 파사칼리아와 사라방드’라는 제목으로 발표된다. 이 곡은 바이올린과 비올라의 2중주로 이루어지는데 하프시코드로 연주한 음악이 합주 느낌의 풍부한 색채를 갖는다면 이 두 개의 현악기로 편곡된 음악은 현악기 주법인 비브라토와 피치카토 등을 활용하여 한 음 한 음의 깊은 울림을 표현해낸다. 파사칼리아의 특징 중 하나로 바소 오스티나토(Basso Ostinato, 통주저음)를 들 수 있는데 이는 짧은 마디의 단순한 베이스음을 반복해 연주하는 것을 말한다. 이 곡에서는 비올라 파트가 바소 오스티나토를 맡아 연주하는데 음악을 감상할 때 반복되는 베이스 연주 위로 변주되는 바이올린 소리를 듣는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