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회 동양일보 신인문학상/시 당선작

외갓집 -윤연옥

2022-12-21     동양일보

[동양일보]낡은 일기장에는

작은 파편들이 널려있고

가을이 데려 온 바람

놀다간 자리서 햇볕 냄새가 난다



툇마루서 뒹굴던 고슬한 추억

손바닥으로 만지고 쓸어보면

햇살처럼 보드랍고 따뜻해

속절없이 내려놓는 한조각 그리움



찬바람 불어 시린 속

일상 허기 달래면

동강 난 필름

마주보고 웃는다



장독대 항아리 속 웅크리고 있던 홍시

외할머니 손에서 단내를 풍기고

까치밥 쪼던 까치

한낮 풍경이 되다



꼬물대며 하냥 기어가는

사랑의 자취들

우화의 날갯짓 소리에

불빛 찬란하게 몸 바꾼 뜨락



가뭇없이 떠나가는

파편 한 조각 집어 들고

무심의 공덕이라

해조음에 하늘만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