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비(雨)나이다 비(雨)나이다
김준명 충북도 산림녹지과 주무관
[동양일보]누구나 소원을 빈다. 돈·집·차 물질을 바라는 소원, 가족·연인·친구와 더 좋은 관계를 원하는 소원, 건강과 세계를 위한 소원 등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개인의 신념에 따라 대상을 달리하여 빌고 또 빈다. 소원중에 기우제(祈雨祭)가 있다. 과거 농경사회였던 시절 봄철 가뭄이 심할 때면 비를 내리게 해달라는 제사를 왕이 직접 지냈었다. 요즘은 기상이변으로 봄철 가뭄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강수량을 보면 올해 3월까지 내린 비는 평균 85.2mm로 예년의 120.6mm에 비해 30%나 적게 내렸다. 기우제로 비를 바라는 것이 어림도 없는 세상이 됐다.
봄 가뭄이 지속되면서 산불은 점점 빈발화·대형화 돼간다. 10년 전 전국 산불건수는 296건으로 552ha 피해가 있었지만, 현재는 4월이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450건 이상의 산불이 발생했으며 그 피해는 3600ha가 넘었다. 산림녹화에 성공한 우리나라의 입목축적이 2020년 기준 165.18㎥로 40년 전과 비교하면 7배 이상 증가했다. 그만큼 산림은 풍요로워 졌지만 강한 바람과 건조한 날씨와 맞물려 봄철 산림은 거대한 화약고가 됐다.
인명과 재산피해, 생태계 파괴와 대기오염 등 모든 것을 앗아가는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지자체별로 산불진화대와 감시원을 운영하고 있다. 헬기를 이용한 공중진화도 병행하고 있지만 과연 우리의 산불진화는 최선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해선 고민할 시점이라고 본다. 우리나라는 산악지형이다. 기후와 지형상 봄철 산불은 작은 불씨에도 쉽게 번져 확산한다. 인근 마을로 내려오는 산불은 급수가 용이해 진화율을 높일 수 있지만 도로가 없는 산은 접근조차 쉽지 않다. 헬기로 진화를 한다해도 강풍이나 야간에는 운항할 수 없으며 완전진화를 위해서는 산불진화대의 현장 확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울러, 충분한 물도 현장에 공급돼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급히 해야 할 것이 산에 길을 만드는 임도(林道) 확충이다. 임도는 산불발생시 신속한 접근을 가능하게 해준다. 진화대원이 아닌 산불진화차가 현장에 도착하므로 용수공급을 통한 빠른 진화로 산불 확산을 막을 수 있다. 길을 통한 현장 안내로 진화대원의 안전도 보장된다. 또한, 임도는 그 자체로 방화선(防火線) 역할을 한다. 단순 산불진화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임도는 산림을 관리하고 보호하는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의 필수적인 기반시설로, 현재는 관광·산림치유 등 그 기능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 임도밀도는 형편없다. 2022년 기준 임도밀도는 ha당 3.81m로 독일 54m/ha, 오스트리아 50m/ha, 일본 13m/ha에 비해 현저히 낮다. 임도밀도가 낮아 접근과 운송 등 목재생산에 필요한 경비가 높다보니 국산목재 이용률은 16% 밖에 되지 못한다. 녹화엔 성공했으나 이를 경영하고 보호할 인프라 구축엔 소홀했다. 반성하고 대응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얼마 전 산림청에서 2020년 기준 산림의 공익기능 평가액은 약 259조원이라고 발표했다. 2018년 대비 37조원(16.9%) 증가로 국민 1인당 연간 499만원의 산림 혜택이 제공된다고 한다. 앞으로도 산림은 기후위기시대를 이겨내는 해결사로서 우리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아낌없이 줄 것이다.
산림을 산불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숙명처럼 여기며 살아야 할 시대다. 하늘에 비를 바라지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 지금은 임도 확충에 투자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