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초등학교부터 한자교육을 바라면서

조원기 전 청주시 문화시민위원

2023-06-19     동양일보
조원기 전 청주시 문화시민위원

[동양일보]우리가 슬픔을 느끼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부모님이나 자식을 잃었을 때, 남에게 수모를 당했을 때 등등 있을 수 있으나 내 나라 말을 무슨 말인지 무슨 뜻인지 올바로 알지 못하고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때 답답함의 슬픔이란 참으로 비참한 것이다. 살아가면서 내 뜻을 남에게 제대로 전달해야 함은 물론이지만 남의 생각과 뜻을 바로 알아차리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 우리의 아름답고 진정한 삶이라고 말한다면 너무 앞서 나아가는 이야기일까? 이러한 의사소통이 나를 남에게 이해시키고 남을 이해하는 첩경이라고 한다면 과연 우리들은 우리 말과 뜻을 제대로 표현하고 받아들이고 전달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하신 뜻이 우리가 하는 말과 뜻을 제대로 적지 못해 의사소통이 불편한 어리석은 백성들을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면 지금의 우리 모두는 제대로 된 의사소통을 하고 살고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말의 70~80%가 漢字아닌 韓字로 돼 있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의사를 제대로 전달하고 받아들이고 있는지 궁금하다. 의사하면 우리의 뜻을 표시하는 意思, 병원 醫師, 安重根 義士의 義로운 義死, 옷을 넣어두는 상자의 衣笥, 國會의 의논하는 議事, 비슷해 가려내기 어려운 疑似, 동물이 적의 습격을 받거나 다른 물건에 닿았을 때 움츠리고 죽은 체하는 擬死, 어떤 죄에 해당이 되는가를 평의하는 擬似 등이 있는데, 이 말은 한문으로 쓰면 쉽게 구분하고 읽어 제대로 바로 내용을 알아볼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한글로만 써 놓는다면 전후 문장을 한참 읽고 읽어야 어렵사리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예를 더 들어본다면 父子, 富者, 夫子, 附子, 浮子가 있다고 한다면 아버지와 아들인지, 돈 많은 사람인지, 학식이 많은 사람인지, 한약재인 바곳의 球根를 가르키는지, 낚시찌인지 어떻게 구별하겠는가.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우리는 한자를 알아야 하고 배워야 한다. 어릴 때부터 한자를 익혀 커 나아가면서 스스로 터득해야 사고력 발달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의 현실은 대학생이 전공 서적을 접해도 문해력이 부족해 읽지를 못해 전전긍긍하며, 심지어 부모 이름은 고사하고 자기 이름도 한자로 쓰지 못한다고 하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왜 이렇게 됐는가. 이유 없이 무조건 한글 전용 정책을 펴 온 것이 원인이 아닌가 한다. 신문, 서적 등에 국한문을 혼용했더라면 이 지경의 반문맹 사태까지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라도 정치권, 교육계는 각성해 초등학교부터 모든 교과서에 나오는 용어인 기본 한자를 가르쳐 의사소통은 물론 조상들이 이룩한 인류 세계 문화 유산들을 제대로 익혀 앞으로 찬란한 문화를 발전시켜 세계가 인정하는 노벨상을 수상해야 하지 않겠나. 이웃 일본은 노벨상을 수상한 사람이 20여명이 넘는데 우리는 무엇하고 있는 것인가. 일본 최초의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유카와 히데키(湯川 秀樹) 전 쿄토대학 교수가 수상 소감으로 “한자 교육이 학문과 인생을 키우는데 기초가 되었다”고 하는데는 가슴이 메어져 옴을 느끼고 느낀다. 이것은 한문의 심오한 뜻과 문리를 터득한다면 모든 학문의 리더로써 충분히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디 우리도 어릴 때부터 한자 교육을 시켜 자라나는 세대를 반문맹으로 만드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를 바라면서 다시 한번 초등학교에서부터 한자 교육을 실시하기를 촉구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