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수해 속에서 피어나는 협력의 꽃

이찬희 청주시농업기술센터 지방농촌지도사

2023-08-13     동양일보
이찬희 청주시농업기술센터 지방농촌지도사

[동양일보]양수기는 농사에 필요한 물을 끌어올려 주는 역할을 하는 등 농업인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품이다

청주시 농업기술센터는 7월 18일부터 오송읍, 옥산면, 강내면 일대 침수 피해를 입은 지역 위주로 양수기 무상 수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농업인들의 양수기를 매일 수거해 10여명의 농업기술센터 직원들이 달라붙어 집중 수리하고 있다.

주말까지 헌납하며, 땀을 뻘뻘 흘리며 매일 같이 달라붙어 양수기 수리를 진행하지만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양이다. 양수기 수리는 상태마다 다르겠지만 양수기 1대당 숙련자는 빠르면 30분, 미숙련 자는 90분 정도 달라붙어야 1대를 고칠까 말까이다.

이렇게 앞에서 힘들게 양수기 1대를 고치고 나면 뒤에는 고칠 양수기가 2대나 쌓여있다.

뒤는 생각하지 않은 채 막연하게 앞만 보고 달려가다 지칠 때쯤 7월27일에 충북도기술원과 증평, 진천, 음성, 단양, 충주, 제천 등 6개 시·군에서 9명의 전문 인력지원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른 사막에 단비처럼 정말 반가운 소식이었다. 9명의 전문 인력과 청주시 농업기술센터 농업기계팀 10명이 합동 수리로 수해를 입은 농업인들의 시름을 덜어주고 조기에 농업 현장을 복구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실제로 이날 양수기 수리량도 많이 늘었지만 무엇보다 지원 나온 사람들과 같이 대화를 하면서 수해복구의 의미를 다시 되새김하고 다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됐다.

잔잔한 연못에 돌 하나가 파도를 만들 듯이 이날의 인력지원이 큰 파도를 만들어 현재까지 총 650여 대의 양수기를 수리했다. 놀라운 결과이다. 함께 했으니 가능했다.

불가피하게 다가오는 어려운 시기에 서로를 지지하며 함께 나아가는 모습을 종종 목격한다. 협력은 우리 사회와 인간관계의 필수적인 부분이며 때로는 어려운 상황에서 더욱 강력하게 나타난다.

나비효과처럼 작은 행동들이 큰 변화를 가져오듯 어려운 상황에서의 작은 협력 또한 큰 영향을 미친다. 그날 흔쾌히 오신 충북도기술원과 증평, 진천, 음성, 단양, 충주, 제천 등 6개 시·군의 9명 지원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다.

아직 수리를 못한 양수기는 순차적으로 수리를 지원해 영농에 차질이 없도록 할 예정이므로 농업기술센터로 침수 피해 양수기를 가지고 오면 무상으로 수리를 받을 수 있다.

또한 피해를 조기에 수습할 수 있도록 호우 피해 농업인들에게 굴삭기, 스키로더 등 농기계 일부 기종을 무료로 임대해 주고 있다.

농기계 임대에 대한 사항은 농업기계 임대 사업소 본소(☎201-3844)로 문의하면 안내받을 수 있다.

이 외에도 농업기술센터에서는 호우 피해 농업인에게 농작물 병해충 방제 약제 지원, 유용 미생물을 3주간 공급하고 있다. 이번 집중호우로 인해 피해를 입은 농업인들의 시름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빠른 일상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