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고, 배구도 명문 학교 됐다…만년 하위서 대통령배‧전국체전 ‘정상’ 등극

김종일 감독 부임 후 10년 만에 첫 우승

2023-08-18     최재기
천안고 배구부 김종일<우 첫번째> 감독과 라광균<좌 첫번째> 코치, 팀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동양일보 최재기 기자]충남 최고의 명문사학으로 불리는 천안고등학교(교장 이견하)가 신흥 배구 명문 학교로 급부상하고 있다.

천안고 배구부(감독 김종일)는 지난달 전남 영광스포티움에서 열린 ‘제56회 대통령배 전국중고배구대회’ 최정상에 올랐다.

19세 이하 남자부 결승에서 순천제일고를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6월 내장산배에서 3대2로 패한 제일고를 한달여만에 물리친 값진 승리였다.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워 세트 스코어 3대0으로 완승했다.

이로써 지난해 전국체전에 이어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천안고는 지난해 10월 열린 제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도 충남 대표로 출전해 고교 최강팀인 ‘수성고’를 세트 스코어 3대1로 제압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69년 전통의 천안고는 2012년 2월 선수 8명으로 배구부를 창단했다. 그동안 4강 한번과 8강 두 번으로, 고교 배구 무대에서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했다.

2021년 김종일 감독이 사령탑을 맡으면서 10년간 하위권에 머물던 팀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2021년 정향누리배 준결승전(3위) 오르더니 단숨에 2022년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창단 첫 우승이었다. 이어 지난달에는 대통령배 정상까지 밟았다.

주세터인 김관우(2학년) 선수가 U19 남자배구 대표팀 발탁으로 빠진 상황에서 팀의 부담은 컸다. 하지만, 김 선수의 대타로 기용된 1학년 이지훈 선수와 팀원들이 하나가 되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김 감독은 “땀 흘린 선수들의 노력이 또 다시 우승을 일궈냈다. 세터를 잘 소화해준 이지훈을 비롯해 팀원들이 대견스럽고 고마웠다”고 말했다.

대통령배 우승으로 김 감독은 감독상을, 주장인 박찬근은 최우수선수상을, 이지훈은 신영철 센터상을, 김찬섭은 리베로상을 각각 받았다.

김 감독은 “팀 성적이 올라가면서 선수층도 두꺼워졌다. 이제는 배구 꿈나무들이 오고 싶어하는 명문고가 됐다”고 자랑했다.

만년 하위 탈출과 두번의 우승에는 숨은 비결이 있었다.

경남 함안중에서 7년간 사령탑은 맡은 김 감독은 천안고로 부임하면서 기량이 있는 함안중 선수 8명을 영입했다. 이후 팀의 성적도 차츰 올라갔다.

또 하나의 비결은 팀워크였다. 김 감독은 “배구는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단체 운동이다.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교와 동문회의 전폭적인 지원도 한몫을 했다. 어느 학교와 견줘도 뒤지지 않은 체육관과 기숙사를 갖췄다. 교내에서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현대캐피탈 남자배구단과의 인연도 동기부여가 됐다. 현대는 배구발전기금을 기부하고, 비시즌에는 천안고 선수들을 초청해 합동 훈련을 하며 꿈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천안고 배구부는 김 감독과 더불어 라광균 코치, 김용기 부장이 이끌고 있다. 현재 3학년 구교식, 김찬섭, 김찬중, 박찬근, 이수민 2학년 구준모, 김관우, 김주원, 박상현, 박우영, 임진서, 1학년 김성현, 김태욱, 오희건, 이지훈, 조성원, 최민성 등 총 17명이 뛰고 있다.

올해 목표는 CBS배 전국중고배구대회 우승과 전국체전 2연패 달성이다.

이견하 교장은 “많은 선수가 대학으로 진학하고, 프로 리그에 진출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천안고 출신의 선수가 천안을 연고로 하는 현대캐피탈에서 뛰는 모습을 하루빨리 보고 싶다. 최재기 기자 newsart70@d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