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도시 유목민’들이 머물고 싶은 충북
전애실 충북문화재단 사무처장
[동양일보]어느 도시, 동네에 머물고 싶다고 생각을 하는 대상들은 누구일까? 정주민, 생활권자, 관광객을 넘어서 최근에는 코워킹 스페이스(공유업무공간)에 머무는 디자이너, 개발자와 같은 ‘디지털 유목민’(Digital Nomad)이 있다. 이밖에 골목상권에서 창의성과 느슨한 연대로 크루(Crew)들과 결합하여 공동으로 창업하거나 협업하면서 도시의 길거리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도시 유목민’(Urban Nomad, 이하 어반 노마드)들도 있다.
2021년 모종린의 저서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에서 어반 노마드는 사업장으로 여러 장소를 가변적으로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다른 로컬 크리에이터와 구분된다고 한다. 미국 ‘스트리트 컬처’ 문화 원형을 기반으로 과거 ‘골목길 유목민’에서 유연한 조직 문화를 통해 사업 영역을 전통적인 상권개발에서 도시개발까지 확대하고 있다고 한다. 모 교수는 ‘어반 노마드’의 사례로 제주 성산 플레이스캠프와 미국의 포틀랜드 등을 사례로 언급했는데 그가 강조한 말을 좀 더 들여다보자.
자동화된 사회에서 모두가 예술가로 활동해야 하는 미래 경제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도시와 거리에 대해 문화예술과 결합한 심미적 차별성을 구축해야만 한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그렇다면, 어반 노마드들이 잠시라도 와서 머물고 지역 로컬 자원들을 활용하여 공동작업을 하고 도시를 심미적 차별성이 있게끔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본적으로 그들의 일터, 주거환경, 그리고 상업·문화시설이 매력적이어야만 한다.
충북 제천에서 교사직을 그만두고 청년 농촌정착플랫폼 '덕산 청년마을(주)'를 운영하고 있는 한석주 대표의 사례처럼 일터=집=공동체 마을이 통합형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그들이 지역에 내려와 살면서 본인의 전문적인 능력을 품앗이로 나누며 주민들과 교류하다 보면 인구 증가는 물론 문화자원의 이동을 통한 인력양성과 문화경제 생태계의 마중물을 위한 바퀴는 자동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한다.
지자체와 문화재단은 직접 다하려고 하지 말고 청년·문화예술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초기 인큐베이팅 외에도 그들이 원하는 2단계 자립형 프로그램을 적극 발굴, 지원해주는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상권·지적재산권 보호 및 패키지 디자인·브랜드 스태깅 등의 홍보·마케팅 지원, 관련 조례 제정 등 간접지원 플랫폼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충북에 어번 노마드들이 머물게 할 추가 제언으로 대학에 예술 관련 전공들을 다시 부활시키자는 의견을 드리고자 한다. 이미 살고 있던 청년들을 다 떠나보내면서 충북에 청년들을 다시 데려오려고 사후에 얼마나 큰 재정지출을 하고 있는 것인가. 대학을 나와서도 예술가뿐 아니라 메이커, 예술교육가, 기획자, 큐레이터 등 예술기반 로컬 크리에이터로 먹고 살 수 있도록 다양한 업무 기회와 기업 연계 프로그램 등 문화예술 경제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 조성이 병행되어야만 한다.
미국 미네소타 지역의 '야수의 심장 인형 극단'이나, 덴마크 ‘오딘씨어터’는 인종 차별, 자연 생태 등을 주제로 몇 달간 주민과 인근 대학과의 연계 워크숍을 통해 지역 공동체가 직접 작품에 참여하며 삶과 제도, 사회를 변화시키게 하는 작업으로 유명한 극단들이다. 충북문화재단에서도 문화예술교육 부문에서 헬로우 아트랩 연구과정과 온몸 등 거점단체들과 함께 충북의 플랫폼 역할을 하기 위한 동반성장형 모델을 구축해왔으며 업계에서 우수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위 사례들처럼 충북의 강점인 생태환경을 기반으로 여러 형태의 주민들이 일상성, 창의성, 참여성,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 단체들과 예술가들과의 접점을 확대해야만 한다. 충청북도와 문화재단, 관련 매개 기관들이 문화예술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와 간접 지원을 강화해야만 어반 노마드들과 기업들이 충북에 들어오고 고용 창출, 인구 증가 외 관광까지도 더욱 활성화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다. 문화예술이 시금석이 되는 미래 경제가 모세혈관처럼 곳곳에서 도는 충북의 그날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