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장/ 이·통장 기본수당 인상, 정부가 부담해야

2023-12-05     동양일보

[동양일보]정부가 내년부터 전국 지자체 읍·면·동 시책을 보조하고 지역공동체 리더 임무를 수행하는 이장과 통장 처우 개선을 추진키로 했다.

실질적인 처우 개선은 이장과 통장 기본수당 기준액을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올려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또 불분명한 이장과 통장의 제도운영 근거를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해 마련한다고 한다.

기본수당 인상과 지방자치법상 제도운영 근거를 마련하는 이유는 국민 안전관리와 복지행정 분야에서 이장과 통장 활동이 증가해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장과 통장은 행정 최일선 기관인 읍·면·동에서 행정 보조자 역할을 맡고 있다. 주민등록 사실조사부터 법령과 조례상 나와 있는 업무는 물론 정부와 지자체 시책을 주민들에게 알리고 불편사항을 해소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여기에다가 국가안전시스템 종합대책에 따라 읍·면·동 안전관리 기능 강화와 독거노인 증가는 물론 긴급지원 대상자 발굴 등 맞춤형 복지서비스가 확대됨에 따라 이장과 통장은 한마디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다.

이런 이유로 꾸준히 정치권에서 이장과 통장에 대한 처우개선 요구가 촉발된 뒤 정부가 나서 제도적 뒷받침을 시행하겠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장과 통장에게 지급하는 기본수당이 지자체에서 부담해야 하는 구조가 걸림돌이다.

가뜩이나 국가가 긴축 재정을 발표하고 지방행정에도 쓸 돈이 부족한 상황에서 지자체마다 추가로 예산을 투입해야 하니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한마디로 이장과 통장 기본수당을 올려준다는 생색은 정부가 내고, 추가로 소요되는 인상분까지 합해 지자체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니 말 그대로 쓸 돈이 없을 정도다.

하늘에서 돈다발이 내려오지 않는 한 정부 긴축 재정 상황에서 수당 인상분만큼 다른 분야에서 예산을 빼 와야 하는 지자체 처지에서는 너무 힘들다. 각 동네와 마을마다 사정은 있지만, 어느 동네는 통장을 맡을 사람이 없어 수십여 년째 같은 사람이 직을 수행하고 있다. 어느 마을은 이장을 맡겠다는 사람이 없어 공석으로 놓아둔 지 여러 해가 돼 골칫거리다.

이장과 통장은 지자체가 매달 수당으로 지급하는 30만원과 추석과 설날에 주는 월 활동비 100%에 해당하는 상여금이 전부다.

혜택이라곤 자녀가 고등학교와 대학에 다니면 반기별로 약 30만원~50만원 주는 게 전부고, 회의수당은 2만원이라고 하니 낯이 뜨거울 정도다.

인구 20만명인 지자체 기준으로 리(里)와 통(統)은 약 800~900여곳에 달한다.

주민들과 가장 밀접한 현장에서 고생하는 대다수 이장과 통장은 보람과 자부심을 잃지 않고 전국 어디서나 행정 조직의 업무를 거들고 있다. 정부는 이장과 통장 수당을 올려준다고 생색만 내지 말고 전국 지자체에 국비를 내려보내 지방재정에 도움을 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