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주장/ 대전과 세종·충남 합계 출산율의 재앙적 경고

2023-12-13     동양일보

[동양일보]정말 심각하게 암울하다. 암울하다는 생각을 안하는 사람이 없고 그 자체를 ‘재앙’으로 여기는데도 개선되거나 고쳐질 기미가 안보이며 더욱 큰 나락으로 빠지는 이 문제. 도대체 누구 탓이며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까.

인구 격감, 저출산 얘기다. 올해 3분기 전국 합계출산율이 0.7명대로 떨어지며 또다시 역대 최저치를 경신해 지역의 인구 감소가 가속화될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3분기 전국에서 태어난 아이는 5만 6000여명이고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1.5% 줄었다. 1981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대전과 세종, 충남지역의 합계 출산율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대전의 경우 0.75명으로 일년 사이 0.16명 감소했고, 충남도 지난해보다 0.11명 줄어든 0.84명을 기록했다.

특히 전국에서 유일하게 합계 출산율 1명을 넘겨왔던 세종마저 0.86명으로 내려앉았다.

11일 통계청이 이에 버금가는 암울한 사실을 발표했다. 2022년 신혼부부 통계 수치인데 우리나라가 왜 저출산 국가일 수밖에 없는지를 다시 한번 보여준다.

작년 11월 기준 신혼부부 수는 103만 2000쌍으로, 1년 전보다 6.3%(6만 9000쌍) 감소했다. 아이가 있는 부부라도 평균 자녀 수는 0.65명으로 전년보다 0.01명이 줄었다.

더 충격적인 내용은 신혼부부 10쌍 중 9쌍(89.0%)은 빚이 있고, 이들의 빚(대출잔액)은 1억6417만원이라는 점이다.

주로 주택구입비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렇게 빚은 늘어도 집을 가진 신혼부부 비중은 전년의 42.0%에서 40.5%로 1.5%포인트 줄었다. 주택 구입비가 빚으로 연결되고, 그 때문에 빚이 늘어나 아이 가질 여력이 안생기고, 덩달아 출산율이 떨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부담을 개인과 더불어 기업 및 사회가 나눠지는 문화 정착이 시급하다.

일전에 내려진 대법원 판례도 중요한 시금석으로 삼아야 한다.

대법원은 최근 "자녀 양육 부담으로 발생하는 근무상 어려움을 근로자 개인이 전적으로 감당해야 한다고 볼 수 없다"며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근로자를 배려해야 하는 사업주의 의무를 명시적으로 처음 인정한 판결을 한 적 있다.

이 판결의 취지대로 일과 육아가 함께 가야 가계수입이 조금이라도 더 늘고, 내집마련도 그만큼 숨통이 트이고 결혼에 대한 부담도 줄어 결과적으로 저출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고 세월만 기다리고 있을 수도 없다. 정부, 정치, 국민, 사회 모두 팔 걷고 나설 일이다. 안그러면 정말 재앙에 직면한다. 이미 재앙으로 가고 있다는걸 모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