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칼럼/ AI를 공부하는 이유

손애경 글로벌사이버대 교수

2024-02-07     동양일보

매년 1월이 되면 라스베이거스에서는 국제 전자제품 전시회(CES; Consumer Electronics Show)가 열린다. CES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제품 박람회로, 2024년 올해는 전 세계 150여 개 국가에서 4,300개가 넘는 기업이 참여해 첨단 IT 제품들을 선보였다.

이번 CES 2024는 인공지능(AI)이 활용되지 않은 제품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AI를 활용한 제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어떤 이들은 올해 AI를 이용한 사기가 가장 활발해질 거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앞으로의 세상은 AI를 활용하는 사람과 활용하지 않은 사람으로 나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AI 돌풍은 생각보다 빠르고 거세다.

AI 서비스는 점점 더 개인 또는 기업 맞춤형 서비스로 고도화되고 있다. 집 안에 비서가, 친구가, 가정교사가, 건강관리사가, 가정도우미가, 매니저가 있어서 모든 일상을 챙겨주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All Together, All On’ 올해 CES 2024의 공식 주제다. 이는 ‘모두를 위한, 모든 기술의 활성화’란 뜻으로, 우리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함께 해결하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 AI 기술은 건강, 뷰티, 유통, 산업기기, 모빌리티, 해양, 기후문제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인류의 발전적 미래 변화를 그리고 있지만 동시에 부정적인 이슈들도 각계에서 논의되고 있다. 필자가 주목한 이슈는 크게 왜곡된 정보와 범죄 악용 그리고 일자리 문제다.

시작은 AI의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환각)을 들 수 있다. 할루시네이션은 생성형 AI가 거짓 정보를 사실인 양 생성하고 전달하는 현상으로, 영국의 케임브리지 사전은 지난해 11월 올해의 단어로 ‘할루시네이션’을 선정했다.

AI가 제공하는 정보가 어디까지 사실인지를 일일이 체크할 수 없는 상황이거나 역량이 되지 않을 때 이를 그대로 활용할 경우에 야기되는 문제는 상상하기가 어렵다. AI 자체적으로 생기는 이슈도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이지만 범죄에 악용하는 문제는 더욱더 심각하다. 최근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은 처음으로 인공지능 규제법(AI Act)에 최종 합의하면서 AI로 인한 저작권 문제, AI 불법 활용 문제에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이제 막 법과 규제가 만들어지고 아직 적용되지도 않은 지금 이미 무한대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AI 기술을 활용한 조작 사진과 영상, 가상 인물, 가짜 뉴스, 표절 작품 등은 이용자들의 AI 리터러시 능력과 비판적인 사고 능력을 시험하고 있다.

인간이 먹고 사는 데 중요한 일자리 부분에서도 AI 영향이 크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McKinsey&Company)는 AI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계 노동 생산율을 증가시키는 등 세계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만 아직까지는 기술이 노동자를 대체하는 속도가 더 빠르다고 한다. 어느 순간 콜센터가 사라지고 자동차 정비소가 문을 닫고 매장 서빙원이 없어져가는 것을 심심치 않게 목도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해 세계적인 투자 은행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AI가 앞으로 정규직 일자리 3억 개를 대체할 수도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또,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The Wall Street Journal)이 주최한 토론에서는 AI가 10년 안에 사람의 일자리 전체의 80%를 대체하는 게 기술적으로 가능할 거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미 폴란드 주류기업 딕타도르(Dictador)는 지난해 9월 ‘미카’라는 이름의 AI 탑재 로봇을 CEO로 임명하기도 했다.

이대로라면 AI가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많은 분야에서 사람이 하는 일을 대체할 것인지, 반대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일은 무엇이 남을 것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알게 모르게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상황이 생각보다 빠르게 오고 있다. AI로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은 무엇인가. 아이러니하게도 필자는 이것을 찾아내고자 지금 AI를 공부하고 있다.

손애경 글로벌사이버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