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칼럼/ 동물 이름이 들어있는 재미있는 식물들
강종구 바이오톡스텍 대표/충북대 수의대 명예교수
[동양일보]2024년은 갑진년 청룡의 해이다. 새해를 맞아 용자가 들어가는 식물을 시작으로 동물명을 가진 식물을 소개해본다. 먼저 국내 자생식물이나 외국의 식물에 지어진 용의 이름을 정리해보면 용담, 용머리, 용설란, 용둥굴레, 용과가 있다.
십간십이지 순으로 동물명이 붙은 식물을 나열해보면, 쥐는 쥐오줌풀, 쥐손이풀, 쥐똥나무, 다람쥐꼬리가 있다. 소는 쇠비름, 호랑이로는 호랑가시나무, 범부처, 호장근, 꽃범의꼬리가 있다. 토끼는 토끼풀, 뱀은 뱀딸기, 뱀무, 말은 말발도리, 말채나무가 있다. 양은 양치류, 어린양의 귀, 원숭이는 원숭이꼬리선인장, 원숭이난초가 있다. 닭은 금계국, 병아리난초, 병아리꽃나무, 기타 조류는 꿩의밥, 꿩의비름, 꿩의다리, 꿩의바람꽃, 매발톱꽃, 뻐꾹나리, 남산제비꽃, 제비동자꽃, 큰까치수염, 해오라비난초, 까마귀밥나무, 칠면초, 큰두루미꽃이 있다. 개는 개불알꽃, 강아지풀, 여우꼬리풀, 돼지는 돼지감자, 돼지풀, 고양이는 괭이눈이 있다. 곰은 곰취, 기린은 기린초, 노루는 노루오줌, 노루귀가 있다.
식물명에는 식물의 생태, 잎, 꽃모양, 색깔, 생김새와 쓰임새, 서식지 등의 식물정보가 들어 있어 옛 조상들의 뛰어난 관찰력과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용의 여의주를 닮은 과일인 용과, 용의 혀같아 용설란, 용의 얼굴을 닮아 용머리, 잎이 쥐발바닥 같아 쥐손이풀, 쥐똥같아 쥐똥나무, 쥐오줌 냄새가 나서 쥐오줌풀, 소무릎뼈를 닮아 쇠무릎이다. 잎의 가시가 호랑이 발톱같아 호랑가시나무, 꽃차례가 호랑이 꼬리를 닮아 꽃범의꼬리이다. 산토끼가 웅크리는 모습을 닮아 산토끼꽃, 닭의 벼슬을 닮아 닮의장풀, 꽃이 병아리처럼 귀여워 병아리꽃나무, 꽃이 까치의 하얀색을 닮아 까치수염이다. 꿀주머니 모양이 웅켜진 매발톱을 닮아 매발톱꽃, 줄기가 꿩다리같아 산꿩의다리, 꽃모양이 해오라기같아 해오라비난초, 꿩이 좋아해서 꿩의밥, 까마귀가 좋아해서 까마귀밤나무, 색깔과 모양이 제비같아 제비꽃이다. 개똥냄새가 나서 개똥쑥, 강아지꼬리 같아 강아지풀, 곰발바닥을 닮아 곰취, 어린잎이 노루귀같아 노루귀, 노루 오줌냄새가 나서 노루오줌이다. 꽃모양이 고양이 눈같아 괭이눈, 줄기가 가늘고 바늘모양 잎이 다람쥐꼬리같아 다람쥐꼬리, 줄기끝에 달린 꽃모양이 기린같아 꽃기린, 줄기끝이 낙지다리처럼 갈라져 낙지다리꽃, 잎끝이 거북꼬리처럼 길어 거북꼬리꽃이다.
선조들은 식물에 대한 동물의 반응과 경험으로 이름을 짓고 치료에 사용했다. 국내에 흔한 개똥쑥의 항염, 해열, 항균 작용은 말라리아 치료제로 응용되어 노벨상을 받았다. 정력이 강한 노루의 귀를 닮은 노루귀는 진통, 소염작용으로, 노루궁댕이버섯은 당뇨치료에 사용되었다. 쥐약 먹은 고양이도 살아나는 최고 해독제인 괭이밥은 백혈병치료제로 개발됐다.
조선말 식물분류학의 개념조차 없어 일제강점기에 한반도 고유종 527종 중 327종 학명에 Nakai라는 일본학자명이 붙여졌다. 며느리밑씻개, 광대나물, 복수초, 개불알꽃 등은 아름다운 우리 식물인데 일본학자명이나 일본명이 그대로 번역되면서 경박한 이름이 됐다. 소개 드린 식물 중 몇 종을 아시는지? 지천에 널려 있는 식물들에 관심을 갖고 이름을 익혀보자. 식물모양이나 생태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식물과의 교감을 통해 마음을 치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