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을꿈꾼다(213)/ 구이용 ‘칼집밤’ 이보다 맛날수는 없다
■ ‘맛조은밤 영농조합법인’ 김선권·노명숙씨 부부 국내 최초 일본서 ‘포르단’ 품종 들여와 ‘밤까기’ 고민 해결 과육 단단하고 당도도 높아... 법인서 연간 130t 생산 ‘대박’
[동양일보 유환권 기자]찐밤과 구운밤 뭐가 맛있을까. 이건 ‘답정너’다. 구운 밤이 찐밤과는 비교도 안되게 맛있다.
하지만 알밤 굽기는 찌기보다 번거롭고 껍질을 까는 일 또한 쉽지 않다. 익은 속살이 으깨지기 일쑤여서 결국 부스러진 것을 먹어야 한다.
알밤을 좋아하는데 구워 먹기가 힘들어 고민하던 문제를 해결해 준 농가가 있다.
공주시 우성면 봉현리에서 알밤 농사를 짓는 김선권(65) 노명숙(60)씨 부부. 일명 ‘칼집밤’을 생산 판매해 알밤으로만 연간 4~5억원의 수익을 내는 대박 농가다.
마을 사람들끼리 ‘맛조은밤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운영하는 김 대표는 이곳 봉현리에서 태어나 65년 평생을 한곳에서 산 토박이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아버지의 대를 이어 지금까지 40여년간 알밤과 함께 살았다.
현재 4만 5000평의 야산에 6000주의 밤나무를 심어 연간 45t 정도를 생산해 낸다. 맛조은밤 영농조합법인에 속한 30농가 전체의 생산 규모는 130t이나 된다.
김 대표가 생산하는 알밤의 주력 품종은 일본이 원산지인 ‘포르단’인데 이걸 생산하게 된 계기가 놀랍다.
고교 졸업후 밤 재배를 시작한 그에게 구운 밤의 껍질까기가 어려운 건 항상 ‘숙제’였다. 그러던 중 2011년 알밤 수입업자인 중국인 바이어가 일본 포르단 품종의 우수성을 설명하며 구운 후 겉 껍질과 속 껍질이 쉽게 벗겨지는 특성이 있고, 맛 또한 다른 밤에 비해 당도가 높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김 대표는 그 사실을 처음 접했을때 마치 천지창조를 이루는 기분이었다고 한다.
그는 2013년 포르단을 재배하는 일본의 알밤 생산 농가를 방문해 우여곡절 끝에 접목이 가능한 포르단 나뭇가지 1개를 꺾어 국내로 반입할수 있었다.
“당시 30cm 길이의 나뭇가지 1개였어요. 그걸 겨우내 냉장실에 넣어 두고 스프레이로 물을 뿌려주며 온습도를 맞춰 보관한 뒤 봄에 접목을 했죠. 묘목의 눈 11개 중 6주를 살려냈어요.”
구운 밤의 껍질을 손쉽게 벗기는 대한민국 최초의 포르단 알밤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 후 정성껏 보살피고 잘 키운 밤나무는 3년만에 첫 결실을 맺었다. 김 대표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주변 농가들에게 포르단 묘목을 분양하며 재배법을 공유하는 등 알밤생산 ‘재능기부’를 해 왔다.
포르단은 전형적인 구이용 밤이다. 기계를 이용해 알밤 몸통 겉면에 칼집을 내어 판매한다. 그걸 에어프라이어에서 200도로 20분을 구우면 속껍질까지 싹 벗겨진다.
김 대표 밤나무에 제초제나 화학비료를 전혀 안쓴다. 야산 전체에 잡초가 나지 못하도록 수확망을 깔아 놓았기 때문에 풀이 자라날 틈이 없어서다.
천연 액비를 뿌려줘 밤이 예쁘고 과육이 단단하며 반질거리고 당도도 높아 맛있다. 그 덕분에 일반 알밤 수매 가격이 1kg당 4000원정도라면 포르단은 5200원을 받아 농가소득에 기여하고 있다.
김 대표의 포르단은 인터넷 네이버의 스마트 스토어 등 쇼핑몰은 기본이고 현대, 신세계, 갤러리아 등 백화점에 납품한다.
알밤으로 크게 성공한 김 대표지만 ‘웃픈’ 속사정도 있다.
농가의 코 앞 냇가를 건너면 청양군 정산면이다. 두 개의 시군 경계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냇가 건너 밤나무에서 생산한 알밤은 주소지가 청양이라 해서 ‘공주밤’ 상표를 붙이지 못한다. 김 대표는 황당하다며 웃는다.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가들에게 ‘저장’도 고민중 하나다. 저온창고가 있기는 하지만 살균 살충이 되는 안정적 저장시설은 농가 소득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공주시가 알밤의 대표고장 답게 농가들을 위해 저장용 ‘감마선’ 방사 장비를 도입해 농가들이 활용할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알밤은 현재 생산과 수요가 맞지만 10년 이내에 농민들의 고령화로 생산이 급감할겁니다. 지금 젊은이들이 알밤농사를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 그런 농가들 누구에게라도 알밤 재배 노하우를 전수해 주고싶어요.”
김 대표의 희망이다. 공주 유환권 기자 youyou9999@d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