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맛있는 과실(果實) 하나를 얻기 위한 시간!
윤종진 충북도 투자유치 팀장
[동양일보]어린 시절 과수밭을 지날 때 호기심과 지나친 욕심으로 풋과실을 따먹은 적이 있다. 제대로 맛이 들지 않은 과실은 후회로 버리기 일쑤였다. 입에 즐거움을 선사하고 맛과 풍미를 줄 과실은 농부의 따뜻한 관심과 자연의 동화작용이 함께 하며 충분한 시간으로 익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알지 못했던 결과였으리라!
그 시절 경험은 세월이 흘러 잘 익은 과실 하나를 얻기 위해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과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역경을 이겨내고 비판에 익숙해지는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가르침을 남겼다.
기업 투자유치를 하면서 하나의 기업을 유치하는 것도 장고와 인내, 무한한 투자 전략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배웠다. 성급한 답변과 설익은 판단으로 실패했던 기업들을 돌이켜 보면 기업이 원하는 해답을 주지 못했거나 현장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숙지하지 못한 채 체험으로 습득한 지식에 의존해 기존 투자전략을 고수하며 적절한 변화를 시도하지 않아 기업 입장의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했음이다.
하나의 기업유치도 이런 숙성의 과정이 필요한데 하물며 정책이야 더 많은 검토와 환류 그리고 폭넓은 의견수렴이 필요할 것이다. 하나의 정책이 올바르게 시행되기 위해서는 때론 많은 비난과 부정적 시각을 이겨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좋은 기업, 좋은 정책은 수많은 노력, 끊임없는 성찰과 연마를 통해 유치되고 펼쳐진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패할 것이라는 미확정 결과를 예측, 도전 자체에 대한 가치를 비난하거나 냉소로 몰아가지는 말아야 한다.
충북도는 도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새로운 정책들을 만들어내고 현안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 사소함에서부터 시대가 직면한 문제점과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안들을 지속적 고민하고 함께 모색하고 있다. 그리고 방안들을 숙성시켜 실제로 행정적 도전을 하게 되면 충북도의 정책이 된다.
요즘 충북도의 주요 정책의 하나인 K유학생은 충북도가 유치한 기업들이 겪고 있는 인력 수급 문제, 농번기에 되풀이되는 노동 공급과 저출산으로 인한 지방대학의 소멸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 중 심사숙고로 만들어낸 하나의 정책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정책은 없다. 정책은 마땅히 있어야 할 제도이면서도 수혜자와 피해자가 공존하고 불만과 불편이 함께한다. 그럼에도 정책은 직면한 문제 해결에서 시작해 다음 세대에도 바람직함으로 지속돼야 하며 끊임없이 개선되고 비판을 발판으로 성장해야 한다. 그래서 어렵고 완벽한 정책은 없으며 쉽게 도전하려 하지 않는다.
저출산 고령화가 촉발시킨 사회 문제들을 장래의 바람직한 상태로 돌리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도전하고 방안을 만들어내야 한다. K유학생도 그 해답을 찾기 위한 하나의 방안이다. 본질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늦을 수 있다. 지금 당장 나에게 피해를 주지 않지만, 점차 조여 오는 문제들을 사회 비난과 냉소를 핑계로 회피하거나 도전하지 않는다면 무의사결정에 해당된다.
무의사결정보다는 해결을 위해 도전하는 정책이 훨씬 아름답고 위대하다. 그래서 왜 하려고 하는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충분한 이해 없이 평가절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어떤 정책에 대한 비난과 냉소는 장기적 문제에 대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거나 발전적 의견을 제시할 때만 용인돼야 한다.
지금 우리는 K유학생 정책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유학생 유치가 지역대학 소멸과 지역 내 노동력공급 해결을 위한 덜 익은 하나의 방안으로 혜안과 중지를 모을 때이다. 잘 익어 갈 과실 하나를 기다리지 못해 당장 맛없는 풋사과를 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고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고질적 사회문제에 대해 누군가 지속적 고민하고 해법을 찾아야 할 때 K유학생이 모범 대안은 아니더라도 정말 용기 있는 도전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