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이야기-1/ 청주시 영운동(상)

이수경 충청대 실용예술학부 교수

2024-05-06     동양일보

 

이수경 충청대 실용예술학부 교수

[동양일보]문화재생공동체 ‘터무니’는 청주시 상당구 영운동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이자 동네기록관이다. 타지에서 청주를 방문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청주에 가면 꼭 가볼 만한 ‘한옥스테이’로도 유명한 이 공간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다녀가고 도시재생 사례로 벤치마킹하기 위해 타지에서 단체방문하기도 하는 등 원도심의 생활문화를 그대로 재생한 곳이다.

동네기록관은 “마을 주민 스스로가 살아온 동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만들어가고, 보존하는 장소로서의 커뮤니티 공간”이라는 목적으로 2020년 문화도시 청주와 함께 시작되었다. 영운동은 영우리, 생이, 샘말, 바위툼벙과 같이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던 오래된 동네로 6.25때 피난민이 살던 주택과 지은 지 100년이 넘은 초등학교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역사와 오래된 기록을 가지고 있는 동네다. 그래서인지 이 동네에는 오래 거주한 토박이가 많고, 다른 지역보다 독거 어르신의 인구가 많은 편이다. 터무니가 영운동 주택가 한가운데 자리잡게 된 이유는 이러한 배경과도 무관하지 않다.

시공간의 경계를 뛰어넘어 1970년대의 외갓집과 나의 살던 고향을 연상하게 만드는 정감있는 곳. 낮은 담장 너머로 사람들의 삶의 향기와 온정이 느껴지는 곳. 그런 느낌으로 2018년 영운동 주택가를 돌다 누구의 눈길도 끌지 못한 채 폐공간이 되어가던 집 한채와 담장하나를 사이에 둔 한옥 한채를 구입했다. 그리고 주변에 도시재생 구역으로 지정되어 다 철거하게 된 동네들의 폐자재들이 너무 아까워 쓰임을 찾아 새활용해서 아카이브 공간으로 꾸몄다. 공간에는 주민들이 같은 마음으로 기증한 옛 물건들과 이제는 사라져 찾기 어려운 추억 속의 물건들이 채워졌고 한쪽엔 마을 사람들의 앨범 속에서 찾아낸 옛날 영운동의 모습과 사람들의 생활모습 사진을 전시해 놓았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마을 사람들이 모여드는 공간이 되었다. 어르신들이 지나다가 들어오고, 청년들이 들어와 신기한 듯 옛 물건들을 살펴보았다. 동네기록관은 개인이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동네안에서 함께 만드는 생활문화공동체로 존재하는 것이다.

 

문화교육을 바탕으로 한 복지공간을 만들고자 시작했던 터무니는 이제 영운동의 옛날과 오늘을 기록하는 5년차 동네기록관으로 자리매김이 되었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감동스러운 일은 터무니를 오픈하던 날이다. 마을의 독거어르신 300명을 초대해 마당에 가마솥을 걸고 잘 우린 육수로 잔치국수를 끓여 대접하면서 방문하신 한분 한분이 너무도 소중했다. 전문대학 출신으로 어렵게 교수로 임용되던 날부터 21년차 교수인 지금까지 그렇게 순수한 마음으로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한 일에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날이 또 있을까? 하는 물음이 생길만큼 뿌듯하고 가슴 벅찼던 순간이었다. 이렇게 터무니는 폐공가를 살려 지역의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위한 문화복지공간으로 쓰여지길 바라면서 비영리 법인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