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이야기-2/ 청주시 영운동(하)
이수경 충청대 실용예술학부 교수
도시가 확장 발달하면서 옛마을이 사라지고 있다. 도시가 개발되면 그곳에 살던 사람들의 공간과 함께 추억은 기억 속에 묻혀 더는 증명할 수 없는 옛이야기가 되어 버린다. 지역 발전, 노후화, 재생의 문구들이 청주 도심 어느 구석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요즘, 정작 우리는 재생이라는 이슈 속에서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터무니는 동네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문화복지 공간으로서 운영해온지 5년차 동네기록관으로 자리매김이 되었다. 동네기록관을 운영하면서 주민들의 삶과 마을에 대한 여러 가지 기록을 남기고자 노력했고, 그동안 해온 일은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대략 몇 가지만 추려보아도 다음과 같다.
1. 영운동 사람들의 이야기- 영운동이 고향인 사람들의 이야기와 주민들이 기억하는 지역의 이야기를 모아서 영상으로 만들었다. 청주를 많이 사랑하셔서 사진으로 다작을 남기셨던 잊혀져 가던 연로하신 사진작가님, 100살넘게 함께 살아오신 이웃집의 노부부, 피난오셔서 영운동을 제 2의 고향으로 삼아 지켜오신 할머니의 이야기 등 의미있는 영상의 기록을 담았다.
2. 진지밥상이야기- 주민들의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던 손맛을 기억하는 동네분들이 만들어가는 집안 밥상 레시피를 가지고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보면서 동네어르신들이 직접강사로 활동하는 뿌듯함을 드린 프로그램이였다.
3. 골목반상- 누가사는지도 모르게 적적한 느낌의 골목 집집마다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동네의 먹거리 만드는 일들. 어우러져 옛날에 함께 했던 놀이문화를 살려 남녀노소 어우러져 함께하는 즐거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4. 영운동 추억사진관- 영운동에 사는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한 어릴적 나의모습, 가족이 모습이 담긴 사진과 그속에 담긴 이야기를 자서전형식으로 담고, 젊은 시절로 돌아가 교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등 좀더 깊숙하고 가까이 내 이웃을 느끼고 자신의 삶을 기억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밖에도 인문학 교육과, 새활용교육, 함께 어우러지는 문화장터등을 통해 생활문화공동체로서 행복하고 의미있는 동네기록관이다.
문화복지공간으로 시작해 동네기록관을 운영하면서 5년이 되는 지금, 막연하게 취약계층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그들을 돕고 싶다는 나의 생각은 욕심이였다고 자책한다. 지역사회에 복지를 행하는 여러사람들이 난 참 존경스럽다. 무조건적인 희생을 하겠노라고 먹었던 마음은 ‘공익도 수익이 있어야 하는거야’라면서 ‘이만큼 했으면 잘한거야’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는 마음으로 바뀌었고 5년차에 지쳐버린 내가 부끄러워서 쉽게 복지사업한다는 말을 입에 올리지 못한다. 하지만 이러한 사업들을 통해 다른이에게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하나둘 모둠으로 모여 수업에 참여하고 행사에 참여하면서 서로를 더 잘 알게 되고 챙기며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되었다는 것이 기쁘다. 그냥 사라질것들이 쓰임을 찾고 자리매김하게 만드는것도 뿌듯하다.
생각해보면 힘든 일도 많았다. 하지만 선한 마음으로 시작한 이일에 고등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터무니 담벼락에 어린왕자의 희망을 벽화로 그리고, 좋은 일을 한다며 기꺼이 담장도깨비입에 넣어둘 초코파이를 매년 후원해주신 오리온같은 기업도 있었고, 그런 도깨비가 고맙다며 작은 선물과 동전 등을 넣고 가는 오가는 사람들의 작은 온정은 사람들의 계산적인 행동과 이기심에 지치고 고단한 몸과 마음에 물질보다 큰 가치와 행복을 선사해 주었다.
청주에서 동네기록관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같은 마음이 아닐까?
내 수고에 대한 금전적인 이익은 벌수없지만 그보다 더 큰 가치, 내가 사는 고향의 결코 잊고싶지 않은 소중한 기억을 오래 보존하고 되살리는 일. 그보다 가슴벅찬 일이 있을까?
내 가족과 이웃의 이야기를 품은 내가 사는 동네, 대문에 열쇠를 걸지 않고 숟가락만 꽂은 채 열어놓아도 안심이 되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내가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누는 일들이 감사일기처럼 쓰여져서 아침에 반갑게 인사 나눌 이웃이 기다려지는 동네의 희로애락을 언제고 들여다볼 수 있는 기억 커뮤니티 공간으로서의 동네기록관.
지역문화란 이렇듯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함께한 공동경험의 동질성으로 형성되는 것이기에 동네기록관이 오래도록 마을 속에서 희망을 주는 커뮤니티로 함께하길 기대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