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듯 다른 두 한국화가 '동시' 전시 열려
안영나 작가 25일까지 청주시한국공예관 이용택 작가 27일까지 서울 충북갤러리
[동양일보 박현진 기자]한국화단의 중진이자 청주를 대표하는 두 화백이 같은 시간 다른 공간에서 전시회를 열어 눈길을 끌고 있다. 안영나 서원대 교수와 이용택 청주교육대 교수. 후학을 양성한다는 점과 나이는 같지만, 화풍과 기법은 사뭇 다른 두 한국화가를 만나본다.
●안영나 작가
안영나(62·사진) 작가의 ‘Flower No Flower-황금시대’ 개인전이 25일까지 문화제조창 본관 3층 청주시한국공예관 5전시실에서 열린다.
꽃이라는 소재를 둘러싼 표현의 상투성과 기존 수묵화의 관례에 의문을 제기하며 선 굵은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안 작가는 그동안 먹 대신 청·적·황·백·흑 등 한국화의 오방색을 사용해 한국 전통 발색에 도전해 왔다.
그러나 이번 작업에서는 청과 홍, 백에서 은, 황에서 금, 흑은 먹색으로 변용, 한국화의 기운생동을 바탕으로 한 화훼절지화(花卉折枝畵) 중심의 신작 30여점을 선보인다. 점점 사라져가는 한국화의 전통성을 되살리고자 현대적 방법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조형성을 추구한 것.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무심천의 벚꽃’을 재구성했다.
안 작가는 “‘문화제조창’이라는 이름이 굉장히 좋은데 거기에 걸맞는 작가 전시가 없었다고 본다. 이번 전시가 한국적 서정성을 대표하는 꽃 중의 하나인 ‘무심천의 벚꽃’을 재부각하는 것은 물론, 이곳이 ‘문화의 산실’로서의 부흥을 꾀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며 1991년 무심갤러리에 이어 33년만에 제2의 고향 청주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갖는 것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개화기간이 짧아 청주시민에게 사랑과 아쉬움을 동시에 안겨줬던 ‘무심천의 벚꽃’은 그의 작품 속에서 ‘시들지 않는 꽃’으로 영원히 피어났다.
안 작가는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 미술대학 회화과와 동대학원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현재 청주 서원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작품사진)
●이용택 작가
이용택(62·사진) 작가의 ‘생성과 소멸의 시학’ 개인전은 27일까지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2층 충북갤러리에서 열린다.
충북문화재단 공모지원사업에 선정돼 2024년 충북갤러리 정기대관 열 번째 기획전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이 작가는 23여 점의 프레임 안에 카메라가 포착한 순간의 이미지와 손으로 그려낸 드로잉 선들과의 만남을 보여준다.
이 작가는 떨어졌거나 시들어가는 모과나 목련꽃잎을 픽쳐링, 이미지 메이킹, 프린팅, 페인팅 등 인고의 과정을 거쳐 물감, 먹, 연필 사인, 액자 등 여러 회화적 장치로 그림으로 보이게 하는 작업을 한다. 작가가 늘 추구하던 애매모호성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이 작업을 통해 작가는 ‘생생한 시작’에서 ‘시들고 늙고 추해지는 소멸’까지의 전 과정을 투영한다. 관람객들에게는 보통의 사람들은 눈길도 주지 않는 것을 작가의 눈으로 찾아내 작품화함으로써 경이와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다.
자연에서 소재를 얻어 작업을 해온 이 작가는 “이전이 생생한 것에 대한 관심이었다면 시든 것에 대한 관심은 새로운 아름다움의 발견으로 이어진다”며 “작업에 많은 시간과 돈, 노동력을 투자해야 하는 게 더러 힘들기도 하지만, 은퇴를 앞두고 새로운 세상으로 옮기기 위한 워밍업이라 생각하고 즐겁게 작업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청주 출생으로, 홍익대 미술대학 동양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현재 청주교육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박현진 문화전문기자
(작품사진) (충북문화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