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칼럼/ "건강한 삶의 동반자" 첩약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

염선규 청주필한방병원장

2024-05-22     동양일보
염선규 청주필한방병원장

[동양일보]외부활동이 많아지면서 여러 이유로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도 늘고 있다. 특이한 점은 환자분들이 가장 관심을 많이 갖고 문의하는 치료법이 기존과는 달라졌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추나요법, 약침, 봉침 등이었다면, 이제는 단연코 첩약 건강보험 적용 2단계 시범사업이다.

지난 4월 29일부터 시작된 첩약 건강보험 적용 2단계 시범사업은 국민 의료 보장성과 선택권이 확대시켰다. 기존 대상 질환인 월경통,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 후유증에 첩약의 치료 효과가 좋은 알레르기 비염, 기능성 소화불량, 요추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이 더해져 총 6개 질환으로 확대되었으며, 본인부담률이 일괄 50%에서 의료기관 규모에 따라 법적 본인부담률을 적용하는 것으로 개선되었고, 처방 받을 수 있는 양도 환자 1인당 연간 1개 질환에서 10일까지던 것이 연간 질환 2개에 대해 각 질환별로 20일까지 총 40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선 임상 현장에서 가장 주목하는 점은 바로 ‘탕약’이라는 제형이다. 첩약은 환자의 개별적인 증상에 따라 맞춤 처방, 조제, 탕전하기 때문에 한의학에서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치료법 중 하나이며, 보통 탕약과 첩약이 같은 말처럼 사용되지만 엄격히 이야기하면 다르다. 즉 첩약이라 할 때에는 이외에도 환약, 산제, 고약 등 조제 한약 전반도 포함한다. 일반적으로 한 종류 이상의 한약재를 활용하여 처방에 따라 한약을 조제한 것을 첩약이라고 하는데, 전통적으로 한 번 달일 분량을 약포지에 싼 것을 ‘첩’이라는 단위로 세었기 때문에 첩약이라고 부른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이렇게 처방 조제된 한약을 물에 넣고 달여서 액상으로 만들면 탕약이라고 하는데, 이 탕약이 첩약의 대표적인 복용형태인 것이다.

탕약은 다른 제형에 비해 들어가는 한약재의 양이 많고 탕전시스템을 통해 이른바 우려내어 만들어 효과가 가장 좋다. 그래서 입원한 환자에게 가장 많이 활용되는 제형도 탕약이다. 물론 특유의 냄새에 대한 거부감이 심한 경우, 연조액스제나 환제를 활용하기도 하지만, 우선적인 고려하는 것은 늘 탕약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예전 가격의 1/3 가격 수준인 4~7만원 수준으로 10일 정도 탕약을 복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환자뿐만 아니라 한의사들에게도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최근에는 SCI급 논문 다수에서도 한약이 각종 질환 치료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이 입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비용적 부담 때문에 환자들에게 쉽게 권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번의 한약 복용으로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지는 몰라도 분명 국민들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큰 계기가 마련된 것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1차 10일치 처방 탕약을 다 복용하고 2차 탕약을 복용하기 시작한 환자분들도 있다. 다만, 가능하다면 20일 정도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러 발생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첩약이라는 것이 식사를 하고 복용하는 권장하고 있고, 이번 시범사업이 입원 환자들을 제외하고 외래 환자들에게만 적용되었기 때문에 미처 1차 처방된 탕약을 전부 복용하지 못하여 1차 처방이 끝난 뒤 바로 2차 처방으로 진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다음 시범사업이나 본 사업 진행 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