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칼럼/ 흡연과 간접흡연의 위해성

강종구 바이오톡스텍 대표·충북대 수의대 명예교수

2024-05-29     동양일보
강종구 바이오톡스텍 대표·충북대 수의대 명예교수

[동양일보]매년 5월 3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금연의 날이다. WHO는 담배연기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1급 발암물질인 담배에 대한 추방운동을 하고 있다. 현재 흡연인구는 1990년에 비해 24% 감소했지만 세계 흡연인구는 10억명이 넘고 국내 19세 이상 흡연율은 21.5%이다.

폐암은 모든 암 가운데 비중이 가장 높고 매년 세계에서 약 180만명, 국내에서 1만8000명이 폐암으로 사망한다. 폐암의 90%는 담배가 원인이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남성은 22배, 여성은 12배 폐암에 잘 걸리며, 간접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1.5배 폐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 암사망자의 3명 중 1명은 흡연자로, 흡연은 방광암, 췌장암, 인후두암, 식도암, 자궁경부암의 원인이다. 흡연은 인체 면역력에 영향을 끼치는 136가지 요인 중 가장 치명적으로 면역력을 저하시키고 인지능력 저하로 치매 발생률을 높인다.

담배는 인류의 가장 오랜 기호품이지만 의학적 해악이 거론된 것은 50년 전이다. 행복론의 저자인 러셀은 애연가로 비흡연자보다 담배를 피우는 행복과 즐거움이 있다면서 98세까지 장수했다. 비흡연자인 필자에게도 담배의 추억이 있다. '고추먹고 맴맴~담배먹고 맴맴~'을 부르며 어린 시절 피다 남긴 담배꽁초로 어른 흉내를 내거나, 고교시절 몰래 피우던 담배도 있지만 유격훈련 휴식 중 피우던 화랑담배 맛은 잊을 수 없다. 예전에는 정말 담배에 관대했다. 금연석 구분이 없어 다방, 식당은 물론 비행기 기내에도 흡연할 수 있었다. 담배에 대한 규제가 점점 엄격해지면서 담뱃갑에는 섬뜩한 경고가 붙고 금연구역이 확대되면서 흡연자의 설 땅은 좁아졌다.

필자는 신물질의 독성을 연구하는 독성학자로서 담배처럼 해악물질은 없는 것 같다. 흡연 중 발생하는 4000여종의 유해물질 속에는 60종의 발암물질이 있고 벤젠, 벤조피렌, 페놀, 타르, 비소 등은 1급 발암물질이다. 흡연자의 차량 내부는 담배연기로 거무직직 찌들어 있다. 하물며 3ℓ 좁은 폐안에 담배연기를 불어넣으면 어떤 상태일까? 신물질 독성시험 시 시험동물의 폐에 작은 이상이 있어도 신약후보물질로서 배제된다. 하지만 폐에 최악의 위해물질인 담배를 금지시키지 않는 것은 담배의 세금이 국가재정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일까?

흡연은 흡연자 자신의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나쁜 생활 습관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준다. 흡연자들은 자동차 주행 시 창문을 열고 흡연하면서 담배꽁초를 밖으로 던지거나 재를 털어 피해를 준다. 팽개친 담배꽁초는 거리를 어지럽힌다. 아파트에서 이웃에 피해를 주고 거리흡연으로 행인에 피해를 준다. 비흡연자의 간접흡연은 흡연자의 2차 가해다. 간접흡연의 연기는 흡연자가 내뱉을 때 나오는 불완전 연소된 연기로 담배를 태울 때 마시는 연기보다 훨씬 독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간접흡연은 직접흡연의 영향을 받는 유전자와 다른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일으켜 간접흡연자의 폐암 발병 위험을 증가시킨다. 폐암환자의 70~80%는 남성흡연자이지만 여성폐암환자의 80% 이상은 비흡연자로 흡연배우자에 의한 간접흡연, 주방의 요리매연, 미세먼지 등이 폐암의 원인이었다.

흡연자들은 늘 금연을 다짐한다. 폐암발생 위험은 흡연량과 기간에 비례하지만, 금연 후 10년이 지나면 비흡연자와 기대수명은 거의 같아진다. 오늘부터라도 금연으로 밝고 건강한 미래를 열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