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칼럼/ 무더운 여름, 소화불량 악화되지 않게 주의해야
염선규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
[동양일보] 지난달부터 시작된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장마철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됐다.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더위에 따른 식욕 저하, 체온 상승, 찬 음식 과다섭취 그리고 과도한 냉방환경은 피하기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위와 장의 문제 발생 빈도가 자연스레 늘면서 소화불량을 호소하며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이 부쩍 늘었다.
어떤 구조적인 원인을 찾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속쓰림, 구역질, 상복부팽만감, 조기 포만감, 잦은 트림, 설사, 오심 등 다양한 소화기계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통틀어 ‘기능성 소화불량’이라 부른다. 2023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의하면,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 수는 142만8303명으로 전체 소화불량 환자 수의 약 70%에 이를 정도로 보편화된 질환이다. 그리고 무더위로 인해 위와 장의 기능을 떨어져 발생한 기능성 소화불량이 지속되면 체중감소, 두통, 만성피로, 무기력증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위내시경, 초음파, 복부CT 검사를 진행하고 소화제를 꾸준히 복용해도 원인을 찾기가 쉽지 않고, 평소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질병이 아니기에 소화불량을 가볍게 여기면서 만성질환으로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명치통증, 상복부포만감, 헛배부름, 상복부속쓰림 등의 증상이 6개월 이전에 발생한 적이 있고 최근 3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다면 기능성 소화불량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스트레스로 불편한 여름일수록 △과도한 음주·흡연 △불규칙한 식습관 △카페인 과다 섭취 △잦은 야식 섭취 △맵고 짠 음식 과다섭취 △찬 음식 과다섭취 등 기능성 소화불량을 야기하거나 악화시키는 잘못된 습관은 있지 않은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한의학에서는 위장에서 미처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에서 발생한 독소가 위장 외벽에 쌓여 딱딱하게 굳어진 담적(痰積)이 만성적인 소화불량의 원인으로 보고 있으며, 담적병(痰積病)이 지속되면 소화기와 연결된 전신으로 퍼져 나가 만성피로, 우울증, 두통, 어지럼증, 수족냉증, 생리불순 등 다양한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여 기능성 소화불량 단계에서 위장 기능을 강화하고 신체 전반의 불균형을 바로 잡는 등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치료를 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는다.
그리고 이를 위해 소화기능 강화와 혈류개선 등에 효과적인 한약치료, 소화기관의 생리적인 가동성과 운동성을 회복하도록 돕는 추나요법, 기혈순환을 원활하게 하면서도 부작용이 가장 적고 즉각적인 효능이 있는 침치료, 소화기능 개선을 돕는 약침·뜸치료 등을 병행한다. 다행스럽게도 한약치료의 효과성을 인정받아 지난 4월 시작된 첩약건강보험 적용 2차 시범사업 대상 질환에 기능성 소화불량이 포함되면서 환자들의 비용부담이 많이 줄었다.
일반적으로 외부 온도와 실내 온도가 10도 이상 차이가 나면 자율신경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워지면서 체온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소화불량을 야기하는 잘못된 생활습관을 고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되, 무더위라 해서 무작정 움직임을 줄이고 에어컨에 의지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이열치열(以熱治熱), 여름에는 오히려 적당한 땀을 내는 것이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하게 여름을 나는 지름길임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