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바보야 문제는 경영이야!
천적 사용이 농약 방제에 비해 경제적인 이유 정승호 부여군농업기술센터 지방농촌지도사
[동양일보]‘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 당시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 진영이 내세운 구호다. 현재 농업에서 가장 문제되고 있는 점은 경영이라는 것을 강조하고자 패러디해서 제목을 만들었다.
많은 농업인들이 단순하게 농업 경영을 안 쓰고(저비용), 많이 생산하면 되는 줄 착각한다. 하지만 저비용만 고집하는 것이 과연 정답일까? 예를 들어 1t 화물차를 산다고 가정하자. 10년이 넘는 연식이라 연비가 7km/L 나온다. 가격은 700만원이다. 이 자동차를 앞으로 10년, 연 2만km 탄다고 가정했을 때 초기 투자비용 7백만원에 유지비(경유값) 연 340만원이 나온다. 총 비용은 4100만원이다. 반면 1t 전기차를 산다면 보조금 1500만원 받는다고 가정하고, 초기 투자비용 2500만원이 들어간다. 그리고 매년 2만km씩 탄다면 10년 전기세 500만원이다. 즉, 단순 계산만으로 1100만원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경유 화물차의 경우 중고로 샀기 때문에 중간중간 수리비용까지 하면 실제 격차는 계산한 것보다 더 크다.
비단 이런 문제는 자동차처럼 유동자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농약과 천적 사용에서도 또 다시 경영을 생각해야 한다. 농업인들은 효과 문제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천적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말 천적이 더 비쌀까? 천적은 배치하거나 살포하는데 별다른 노동력이 필요하지 않다. 200평당 1회 살포하는데 대략 9만원 정도 소요된다.
반면 농약은 살포하는데 200평당 최소 30분~60분 소요된다. 최저임금으로 계산해도 200평 1회 약하는데 9860원이 추가로 들어간다. 물론 현실에서 이 돈 받고 농약 해주는 사람도 없다. 거기에 농약 살포기 감가상각도 포함시키지 않는다. 기종에 따라 다양한 가격대로 존재하지만, 최소 20만원부터 시작한다. 5년 쓴다고 해도 1회 살포하는데 3000원씩 들어가는 꼴이다. 거기에 마지막으로 농약 약제값이 들어간다. 최소 1회 200평 농약 살포하는데 적어도 3만원 들어간다는 소리다. 게다가 천적은 한 달에 한 번 관리하면 되지만(잘 살아 있으면 더 넣을 필요도 없다), 농약은 한 달에 적어도 4번은 해야 한다. 벌써 200평당 격차가 3만원씩 난다. 현실에서 농약은 농장주가 직접하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안 되고, 최소 자영업자 평균 소득을 적용해야 한다. 그럼 격차는 더 커진다.
천적은 친환경 농사를 짓는 데만 쓰는 것이 아니라, 경영을 잘하기 위해 쓰여야 하는 것이다. 천적을 사용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농업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는 농업 생산성 향상과 환경 보호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길이다. 농업인들이 천적 사용을 통해 더 나은 경영을 실현하고, 지속 가능한 농업을 이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