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칼럼/ 무더운 여름, 야식 너무 즐기면 통풍 위험 증가해
염선규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
[동양일보]찜통 같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까지 윔블던테니스, 유로2024, 코파 아메리카 2024, 파리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들이 이어지면서 이래저래 치맥으로 대표되는 야식 섭취량이 늘어나고 있다. 수면부족도 문제겠지만, 가뜩이나 증가하고 있는 ‘통풍(痛風)’ 환자 수가 더 늘어날까 걱정이다. 실제로 통풍 환자 수는 2022년에 이미 약 51만 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원인이 바로 고령화, 서구화된 식습관, 대사성 질환 증가다.
보통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고 할 정도의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통풍은 우리 몸의 노폐물 중 하나인 ‘요산’이라는 물질이 체내에 과다하게 축적되어 발생한다. 보통 소변을 통해 체외로 배출되는 일반적인 대사 과정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요산이 필요 이상으로 많이 만들어져 축적되는 고요산혈증이 나타나고, 이 과량의 요산이 결정을 만들어 염증을 유발하면서 관절염이 발생하는 것이 바로 통풍이다.
보통 환자의 대부분은 40대 이상의 남자인데, 이는 술과 고기를 즐기고 운동량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여성의 경우 여성 호르몬이 요산 배출을 돕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이한 점은 보통의 관절염과 달리 통풍은 오히려 봄철부터 늘어나 날씨가 더워지는 6~8월에 환자 수가 급격히 늘어난다는 점이다. 무더운 날씨에 땀을 많이 흘린 상태에서 자연스레 술, 탄산음료 등의 복용량이 늘어나 체내 수분량이 줄어들면서 요산 수치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요산 수치를 급격히 높이는 저칼로리·고단백 식단이 2030세대에 유행하면서 발생 연령도 다양해졌다.
통풍은 대부분 엄지발가락 관절 통증으로 시작되는데, 최초 고요산혈증 단계에서는 통증이 거의 없는 경우도 있고 일시적으로 통증이 발생했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방치할 경우 발등, 발목 등이 심하게 붓고 열이 나며 발을 딛는 것조차 힘든 정도의 극심한 통증이 발생하거나 신장기능 저하 등의 합병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건강검진 시 요산 수치가 높게 나왔거나 엄지발가락 부분이 붓거나 통증이 심해진다면 빠른 시일 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통풍을 치료하는 한의학적 목표는 체내의 요산 수치를 낮추고 염증을 제거하는 것이다. 한약 처방을 통해 체내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쌓여 있는 요산을 분해해 정상적으로 배출되도록 만들고, 통증이 발생한 관절 주변부에 정제된 한약 성분이 들어 있는 약침을 놓아 염증을 제거한다. 그리고 대추혈, 신주혈 등 주요 혈자리에 침과 뜸을 활용해 혈류량을 증가시킴으로써 통증을 줄여주는 치료를 한다.
평소 요산 수치가 높더라도 통풍은 언제든 예방하거나 조절할 수 있는 질병이다. 특히 요즘 같은 더위가 지속될 경우, 평소 2리터 정도의 충분한 수분 섭취와 규칙적인 운동을 생활화하고, 알코올, 탄산음료 등의 섭취를 줄이고 육식 위주의 식단보다는 요산 배출을 돕는 채소 섭취량을 늘리는 것이 좋다. 특히 삼복더위라 해서 무작정 고칼로리 보양식을 찾거나 덥고 잠이 안 온다해서 치맥을 늦은 밤까지 섭취하는 등의 행동은 지양할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