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이야기-13/안덕벌동네기록관(상)
매력적인 동네 안덕벌 문화중심지로 부상 조상민 두리재준건축사사무소 대표
[동양일보]안덕벌은 내덕 7거리에서 청주대학교 예술대학까지의 주변 일대를 이르는 지명이다. 예전 연초제조창과 인접하여 지역의 상권도 활기가 넘쳐났고 연초제조창 월급날인 25일에 월장이 설만큼 번화한 곳이었다. 연초제조창이 가동 중단되고 한동안 도심 공백기가 있다가 현재 도시재생사업으로 인하여 산업의 중심지에서 문화의 중심지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지역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청주 문화제조창, 청주문화산업단지, 동부창고, 청주대학교 예술대학교가 있다.
안덕벌의 변화모습을 기록하기 위하여 처음으로 살펴본 자료 중 가장 먼저 수집한 자료가 항공사진이었다. 항공사진은 마을의 변화 모습을 한눈에 직관적으로 조망하기 좋은 자료이다.
1954년에서부터 1969년, 1982년, 1994년, 기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안덕벌의 성장과 소멸, 재생하는 변화 모습을 여러 켜의 레이어로 겹쳐서 보여준다.
특히 1969년 항공사진을 보면 예전의 골목길, 물길, 우물 샘들이 실핏줄처럼 얽혀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렇게 여러 장의 항공사진을 겹쳐서 보다 보면 과거와 현재가 오버랩 되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골목길과 사라진 길들이 어디까지이고 길은 다시 어디로 이어져 현재에 이르렀는지 공간의 변화 맥락을 한눈으로 읽어낼 수 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삶의 양식의 변화에 따라 골목의 생활 건축양식이 어떻게 변화했고 이로부터 과거의 도시의 삶을 유추해 기록해 볼 수 있다.
이러한 기록을 통해 바라본 1960년대 안덕벌의 옛마을은 바깥길(현 안덕벌로)을 지나 마을 어귀 (내덕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안길(구 안덕벌길)과 내초골목으로 갈라진다. 수로를 따라 형성된 안길은 쌍다리에서 우암산로(251번길)에 이르기까지 능선을 따라 길게 뻗으면서 마을을 관통한다. 안길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서로 연결되고, 안길에서 파생된 곳곳의 경사지고, 굴곡진 샛길을 통하여 개개의 주택들로 진입한다.
마을의 천(川)과 구거(溝渠)는 현재 도로와 공지로 남아있다. 주된 물길은 우암산에서 마을 외곽의 안덕벌로를 따라 쌍다리, 내덕초등학교 앞, 용사태길을 지나 내덕육거리(현 내덕칠거리)로 흐르고, 마을 안쪽으로는 우암산에서 마을 안길을 따라 쌍다리와 내초골목을 따라 마을 어귀에 이르는 참나무골 언덕 가장자리를 따라 흐르는 물길이 있었다.
안덕벌의 입지는 비교적 평탄한 평지와 능선에 위치하고 있으며, 우암산을 따라 높아지는 동남쪽의 산록(최대 표고85m)과 서쪽 참나무골의 낮은 구릉지(최대 표고 65m)로 에워싸이면서, 안덕벌은 북서사면의 입지형상을 띄고 있다. 숲이 우거진 낮은 동산(현 8통 4반)아래에 남동쪽으로 좌향한 주택군들이 산재하면서, 마을 북서쪽은 논밭으로 둘러싸여 있다.
현재 안덕벌 마을은 1990년대 연초제조창의 이전 및 청주대학교 예술대학이 들어서면서 기존필지들이 1990년대 후반 이후에 신축된 3~4층 원룸형 주택들로 인하여 옛 마을의 전경은 사라졌지만, 지형과 길, 대지형상의 인프라는 그대로이다. 현존하는 몇몇 주호들, 안길에서 갈라진 곳곳의 샛길들에서나마 옛마을의 분위기를 접할 수 있다. 원룸으로 대체되었으나, 대부분 필지의 형상 및 옛길의 형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듯 안덕벌의 옛마을의 1960년대와 현재의 모습을 바라보면 도시경관의 급격한 변화에도 마을의 입지형상, 안길과 샛길, 그리고 물길의 흔적을 그대로 담고 있는 옛 마을의 모습은 오늘을 사는 우리가 간직해야 할 소중한 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