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이야기-14/안덕벌동네기록관(하)

안덕벌만의 특징을 살려 재생방안을 모색하다 조상민 두리재준건축사사무소 대표

2024-08-05     동양일보

 

조상민 대표

[동양일보]도시 내 삶의 공간이 오래 지속하는 사례를 살펴보면 10년 된 건물, 50년 된 건물, 100년 된 건물들이 모두 다 어우러져 있는 순환체계가 형성되어 있다. 건축물의 나이가 다양하다는 의미이다. 이런 특성을 가진 동네는 도심에 얼마 남아있지 않다. 그래서 일단 이곳의 가치성을 계속 이야기할 수 있도록 기록해 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록해 두면 개별필지의 모습이 가진 색깔이나 향수들을 유지한 채 개발될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다.

건축을 하는 사람으로서 안덕벌이 예전의 모습을 가지고 꾸준히 지속될 수 있는 마을로 남아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2022년 건축사사무소를 이전하고 동네기록관 운영을 시작했다. 동네기록관으로 운영되는 장소는 2017년부터 빈집으로 방치되어있던 곳을 리모델링하여 다시 활용하고 있는 공간이다.

 

동네기록관 사업 첫해 2021년 어떤 것을 시작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우리가 하는 작업의 의미와 가치는 충분했지만, 이를 동네기록관에 녹여내는 일은 또 다른 기획이 필요했으니까. 그래서 우선은 우리가 안덕벌을 중심으로 조사하고 수집한 것들을 시민들의 눈높이에서 이해할 수 있는 전시회를 열자는 생각으로 추억이 담긴 <안덕벌 기억수집전>을 진행하였다.

그 다음해인 2022년에는 <안덕벌 옛 마을 오늘에 담다>라는 주제로 안덕벌의 1960년대의 모습을 스케치하고 패널과 모형(S=1:200)으로 만들어 전시했다. 과거 항공사진과 지적도 등의 자료를 기준으로 현재 구축되어있는 1,000분의 1 축척의 GIS(지리정보시스템)위치를 기준으로 600분의 1로 배치도를 작성하여 안덕벌 옛 마을의 모습이 어땠는지 보여주려고 했다. 이 모형은 200대 1 축척으로 등고선은 문론 논밭, 우물, 집, 길의 모양을 모두 작게 실물화 해 만들었고 현재의 골목사진과 모형의 마이크로카메라 사진과의 비교를 통해 많은 부분 옛마을의 모습이 현재에도 남아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전시를 보러 오신 분들은 옛 모습에 대해 매우 관심 있게 바라보셨고 모형으로 보시면서 옛 향수를 다시 느끼셨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시민들에게 전시회로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은 예전의 기록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항공사진을 비롯한 기초 기록이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구체화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었다. 하나의 기록이 또 다른 기록으로 넘어갈 힘과 동기가 되어주는 셈이다.

 

그렇게 두 해를 보내고, 2023년 동네기록관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중심에 두었던 화두는 ‘현재’였다. 과거의 안덕벌을 충실하게 들여다보는 작업을 마치고 나니, 이제는 현재의 안덕벌은 어떠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우리가 매일 지나다니는 출근길이자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는 터전인 이곳을. 땅에 건물이 세워지는 과정에서 여러 요소가 작동한다. 특히나 안덕벌과 같이 복잡하고 옛 터무늬를 가지고 있는 곳이라면 더욱 그 공간의 특성에 맞게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이곳은 일찍이 연초제조창이라는 산업지역의 배후로서 주민들이 밀집하여 살던 곳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청주대학교 예술대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유입되면서 원룸형 주택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건물이 들어서는 다양한 배경과 특성을 이해하는 것은 올바른 지역재생으로 가는 첫걸음이기에, 이곳에 왜 이러한 형태로 원룸이 들어섰는지 건축물을 통해 기록해 보았다. 그중 다섯 곳의 원룸 군집지역을 골라 기록을 진행하였다. 외부 및 투시도 스케치를 통해 시각적으로 그곳을 기록하고, 공간의 특성, 활용사례들을 글로 기록하여 첨부하였다. 그리고 이 공간이 추후 어떠한 방향으로 쓰이면 좋겠다는 부분까지 기록하여 현재 공실화 및 슬럼화되고 있는 원룸형 주택을 안덕벌 옛마을의 지역특색과 관련해 재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지난 3년간의 기록을 통하여 청주대학교 예술대학 인근의 안덕벌 원룸촌은 최근 들어 급격히 쇠락하고 있는 원인으로 대다수 구성원인 학생들의 감소, 노후화된 시설, 다양한 업종 부족 등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러한 양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안덕벌 옛 마을의 원형이었던 안덕벌 일대를 대상으로, 현재까지 남아있는 옛 마을의 이야기와 물리적인 흔적(길과 물길, 건축물, 식재, 공공시설과 장소 등)을 조사하고, 이들을 오늘에 담는 방안을 마련하여 안덕벌의 지속가능한 옛마을로 기록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