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후변화의 역사

차은녀 충북도 기후대기과장

2024-08-12     동양일보
차은녀 충북도 기후대기과장

[동양일보]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스웨덴의 과학자 스반테 아레니우스(Svante Arrhenius)는 1896년 스록홀름 물리학회에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2배 상승하면 지구 온도는 5~6℃ 상승한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의 논문은 이상기후와 이산화탄소의 관련성을 처음으로 정량화하고 지구를 온실에 비유함으로써 현재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온실가스’라는 단어를 최초로 사용했다.

1988년 미국의 기후과학자 제임스 핸슨(James E. Hansen)은 미국 의회에서 지구 온난화로 인한 파국을 막기 위한 마지노선 ‘1.5℃ 상한선’을 제시했다. 그의 증언은 지구 온난화를 전 세계 공론의 장으로 끌고 들어오는 계기가 됐다.

이를 계기로 유엔 산하 환경에 관한 국제기구인 유엔환경계획(UNEP, 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은 다양한 국제 협력 기구를 만들었다.

1988년 세계기상기구(WMO, 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와 공동으로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인 근거를 검토하고 국제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를 설립했다.

IPCC는 비정기적으로 보고서를 발표한다. 1990년 발표한 1차 평가보고서는 온실효과가 지구 온도를 증가시킨 것은 분명하나 인간의 영향인지는 불확실하다고 했다.

그러나 회차가 거듭할수록 인간의 영향에 대한 비율이 높아지면서 2023년에 발표한 제6차 평가보고서에는 인간의 영향이 99% 이상 확실하다고 못 박았다.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개최된 유엔 정기회의에서는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국제 협약인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체결을 주도했다.

UNFCCC를 통해 매년 말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모여 온실가스 감축 및 적응 등 기후변화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 Conference of the Parties)’를 개최한다. 1995년 독일 베를린에서 제1차 당사국총회(COP1)를 시작으로 2023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28차 당사국총회(COP28)를 개최했다.

2003년 미국 공화당의 정치고문이자 언어 전략가인 프랭크 룬츠(Frank Luntz)는 소속 정당이 선거기간 환경 관련 이슈에 의해 불리해지자 ‘지구 온난화’라는 말 대신 ‘기후변화’라는 말로 바꿨다. ‘지구 온난화’라는 말이 지나치게 무섭게 들리는 데다 인간이 여기에 일정 부분 역할을 한다는 암시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기후변화’라는 말을 적극적으로 공적 담론에 끌어들였는데 ‘기후’라는 말은 왠지 따뜻하게 들리고 ‘변화’는 인간의 개입 없이도 저절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룬츠의 정치적 접근에도 불구하고 사실 학술적으로는 지구 온난화 보다 기후변화가 더 적절하다. 기후변화에는 지구 온난화를 포함해 폭염, 한파, 가뭄 등을 포괄하기 때문에 기후변화가 더 적절한 것이다.

2006년 옥스퍼드 영어 사전은 영국과 미국의 올해 단어를 각각 선정했는데 미국의 올해 단어는 ‘탄소중립’이었다. 이듬해인 2007년 영국의 올해 단어는 ‘탄소발자국’이었으며 영국과 미국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선정한 2019년 올해 단어는 ‘기후 비상사태’였다.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COP21에서 전 세계는 ‘탄소중립’ 선언을 했다. 우리나라도 2022년 ‘탄소중립기본법’ 시행을 통해 정부, 지자체, 기업 등 각계각층 다양한 분야에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기후변화의 역사가 문제점을 발견하고 힘을 모으는 과정이었다면 앞으로 기후변화의 역사는 ‘극복과 달성’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