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댐은 땜이 아니다
문상오 소설가
[동양일보]천혜의 절경이자 단양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선암계곡에 댐을 건설하겠다고 한다. 지역 주민의 의사를 물어본 적도 없이, 국가시책이라는 명분으로 선전포고하듯 환경부에서 발표했다. 기후위기대응을 저간(低幹)으로, 국가전략산업 용수확보가 목적이라고 한다.
개탄할 노릇이다.
작금의 기후 위기는 화석연료로 인한 지구 온난화에 있음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방안이, 정책의 우선이 되어야 할 것이다. 댐과는 무관하다.
용수확보도 그렇다. 선암계곡을 막아 2600만t의 용수를 확보한다고 치자. 그물이 어디로 가는가? 충주를 지나 여주·이천을 거쳐 서울로 갈 것이다. 선암계곡의 물이나 충주댐의 물이 다르지 않고 보면, 현재 가동되고 있는 충주댐을 비롯한 한강수계의 15개 댐의 관리 방안이 필요한 것이지, ‘선암계곡 댐’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단양군은 작다. 인구로도 그렇고 땅덩이도 그렇다. 올해 7월 말 현재, 단양군 인구는 3만에도 못 미치는 2만7566명이다. 땅덩이는 두 개의 국립공원이 군 전체의 3%가 넘는 27.9㎢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나마 멀쩡했던 터전마저 1985년 충주댐 건설로 1675ha나 되는 농경지와 26개 리 7369명이 실향민이 되어, 지금도 고통 속에 살고 있다.
이러한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역사적인 자긍심과 기개로, 꿋꿋하게 내일을 개척해가는 단양군민들이다. 그 내일의 중심에 산자수명한 자연자원이 있고 관광산업이 있다.
그런데 그 역사를 물속에 묻고 천혜의 자연을 댐에다 가두겠다는 발상이 과연 옳은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환경부는 ‘선암계곡 댐’ 계획을 폐기하기 바란다. 댐은 임기응변의 ‘땜’이 아니다. 기후대응과 용수확보라는 견강부회의 정책을 버리고, 진정 주민과 지역에 필요한 발전방안으로 민생을 살펴야 할 것이다.
충북도와 단양군은 미온적인 대응에서 벗어나, 단양군의 존립에 관한 중차대한 문제인 만큼 무엇 때문에 이러한 실책(失策)이 나왔는지의 저의와 배경을 파악해서, 정책의 부당성과 백지화에 전 행정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의회와 지역 주민들 또한 ‘시간이 약’이겠지 하는 단순한 반대 운동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손만대에 걸쳐 살아갈 ‘연단조양(鍊丹調陽)’의 향토가 한 줌이라도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온 군민의 역량을 모아가야 할 것이다.